무왕의 발자취를 따라, 익산 백제 역사 문화 명소 3

정윤지 여행플러스 기자(jeong.yunji@mktour.kr) 2022. 12. 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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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30대 무왕 염원 깃든 ‘전북 익산’
무왕의 익산 천도설 등 얽힌 ‘왕궁리 유적’
백제 염원 담은 최대 사찰터 ‘미륵사지’
백제 문화를 담은 미식 거리 ‘백제단길’
익산 쌍릉 전경 / 사진 = 문화재청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쌍릉. 그 주인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져오고 있다. 현재까지도 ‘무왕의 묘’다, 무왕의 부인 ‘선화공주의 묘’다, 심지어 ‘제3자의 묘’일 것이다 등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백제사의 수수께끼다.

끝없이 이어진 쌍릉 피장자 논쟁. 그를 밝히기 위해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와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2017년 하반기 재발굴 조사에 착수했다. 재발굴 조사 중 조사단들이 나무상자에 담긴 뼛조각을 발견하면서 쌍릉 주인의 정체에 대한 가닥을 잡아갔다.

인골감정, 연대측정 등 다양한 과학적 연구 기법을 활용한 결과, 뼛조각의 주인이 7세기 초 사망한 평균 키 이상의 노년 남성임을 밝혀냈다. 쌍릉의 주인이 무왕이라는 가설에 무게를 더한 것이다.

무왕의 출생부터 마지막 발자취까지 오롯이 남은 도시 익산. 왕궁리 유적부터 미륵사지까지. 익산에 남은 백제 문화 유산을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돌아봤다.

왕궁리 유적, 무왕이 꿈꾼 백제의 왕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 유적지구 왕궁리 유적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무왕은 백제의 수도를 부여에서 금마저, 지금의 익산으로 천도할 계획을 세웠다. 본인의 고향에서 백제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는 천도 계획과 함께 새로운 궁터를 조성했고 이는 현재의 익산 왕궁리 유적으로 남았다.

왕궁리 유적이 실제로 사용된 궁성인가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로 천도된 것이 아니라 터를 제작하는 것에 그쳤다’는 주장과 ‘왕궁으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궁리가 실제 무왕의 왕궁이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다름 아닌 기왓장이다. 1998년 시행한 발굴 조사 결과 궁궐의 담장인 궁장유적에서 백제 왕실이나 고위 기관에만 사용하는 문장, 수부(首府)가 새겨진 기왓장을 발견한 것이다.

이와 함께 토기, 등잔을 비롯한 약 1만여 점의유물을 추가적으로 출토하면서 왕궁리 유적에 왕궁이 실재했다는 가설에 무게를 더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왕궁리 유적. 현재 이곳에는 후원과 공방 터, 화장실 유적 등이 남아 당시 백제 왕궁의 생활상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익산 왕궁리 대형 화장실 유구와 그를 재현한 모형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그중에서도 이목을 끄는 곳은 고대 화장실 유구다. 공방 터 남쪽에서 총 3개의 대형 화장실 유구를 발견했는데, 이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발견한 화장실 유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하수도를 통해 오물을 성 밖으로 배출하는 수세식 구조로, 당시 백제의 과학기술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구덩이 바닥층에 남은 씨앗류와 미생물 분석을 통해 식생활을 엿볼 수 있기에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은 사료로 평가한다.

익산 백제왕궁박물관 전경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익산시와 문화재청은 왕궁리 유적에서 출토한 문화유산을 보존 및 전시하기 위해 2008년 왕궁리유적전시관을 개관했다. 이후 시설 증축과 개명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백제왕궁박물관이 탄생했다.

외적인 요소뿐 아니라 시설의 변화에도 힘 썼다. ?VR과 홀로그램, 영상매체 등 첨단 과학기술을 도입하면서, 실감형 스마트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백제왕궁박물관 전시실과 체험 공간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1층에 자리한 백제 왕궁실은 유물을 전시한 전시공간이다. 백제 왕궁의 조감도와 왕궁리의 역사, 왕궁에서 사찰로의 변화 과정 등을 유물과 함께 풀어낸다.

2층은 ICT를 활용한 체험 전시 공간이다. 미디어 아트를 통해 재현한 백제정원, VR 체험관, 문화재 발굴조사 체험실 등으로 구성한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 콘텐츠로 몰입도와 집중도를 챙겼다.

화장실 유적도 과학 기술을 활용해 체험의 재미를 더했다. 어린이 디지털 체험실에 마련한 ‘뒷간 체험 에 쭈그려 앉아 아래를 보면, 당시 화장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어린이 관람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후문이다.

미륵사지, 백제의 부흥을 기원한 곳
미륵사지 석탑 전경 / 사진 = 문화제청
정관 13년(639년), 무왕은 백제 재부흥의 염원을 담아 사찰을 건립했다.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 서동설화가 담긴 미륵사가 그것이다. 조선시대에 폐사된 이후, 300여 년의 세월을 잠들어 있던 미륵사지는 1966년 시행한 대대적 조사와 함께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

3탑 3금당의 독특한 가람배치, 33만㎡(약 10만 평)에 달하는 백제 최대 규모의 사찰 터라는 점 등으로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사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미륵사지에는 두 개의 석탑과 당건 지주를 복원해 당시의 위용을 가늠케 하고 있다. 그중 서탑을 ‘미륵사지 석탑’이라고 한다. 흔히 역사책에서 봤을 그 문화유산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자 고대 건축 사례로 평가한다. 불탑건축 연구에서 큰 중요성을 가진 유적으로 1962년, 2015년에 각각 국보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

미륵사지 동탑과 서탑의 전경. 복원이 완료된 동탑과 중단된 서탑이 대조된다.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멀리서 보면 두 탑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좀 다르죠? 모두 출토된 유물과 컴퓨터 그래픽을 바탕으로 과학적 복원을 거친 것입니다. 역사적 신뢰성을 반영한 것?이죠

한발 다가서서 본 두 석탑의 모습은 해설사의 설명처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온전한 모습의 동탑과 형태가 반만 남은 서탑의 차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1993년 문헌 자료를 토대로 복원을 끝낸 동탑과 달리, 서탑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해제 및 보수 과정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진행한 서탑 발굴조사 도중 사리장엄구 등의 중요 유산을 출토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까닭이다.

왼쪽부터 미륵사지 동탑, 서탑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탑의 디테일에서도 그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동탑의 경우 면석이 매끈한 구조인 반면 서탑의 면석은 창문처럼 움푹 들어간 구조이다. 또한, 서탑에는 풍경을 설치하지 않은 반면, 동탑의 처마에는 풍경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단순히 복원 여부의 차이가 아니라 출토한 부재와 유물을 바탕한 까닭이다. 탑지 인근에서 풍경 유적을 발견한 동탑에만 풍경을 설치하고, 발굴한 부재의 크기와 그 수를 토대로 3D 모델링 등 과학적 분석 기법을 거쳐 가장 최적의 형태인 9층 구조로 복원했다.

국립 익산 박물관의 전경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발길을 옮겨 미륵사지 남서쪽에 자리한 국립 익산 박물관으로 향했다. 으레 생각하는 웅장한 외형의 박물관이 아닌 반지층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해설사는 “미륵사지의 풍광과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경관을 위해 지하에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말처럼 인공적인 구조물이 돋보이는 구조가 아니라,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미륵사지 석탑에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산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유적 밀착형 박물관이다. 전시관의 유물과 함께 유물 출토의 현장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문화재를 비롯하여 익산 및 군산 일원에서 출토된 유물 등 약 1만9000점을 보존하고 있으며 그 중 4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 공간은 익산백제실, 미륵사지실, 역사 문화실 총 3개의 상설 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구성된다. 역사 문화실 한편에 마련된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서는 미륵사지의 첫 조사부터 국립 익산 박물관 건립까지의 과정을 뉴미디어 형태로 전시한다. 특히 발굴에 참여한 연구진이 직접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인터뷰 형식으로 청취하도록 해 흥미를 더했다.

백제단길, 백제의 맛과 멋을 담은 문화 거리
익산시 영등동 백제단길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익산 최대의 상권 영등 상권에는 백제 문화를 담은 맛의 거리, 백제단길이 있다. 백제라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풍부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연계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거리를 꾀한 곳이다.

백제단길 내에 자리한 국제시장을 기준으로 ‘백로’, ‘제로’, ‘단로’, ‘길로’. 총 네 개의 길로 나누고 각각의 색채를 더해 차별성을 더했다. 골목골목에는 유명 생맥주 체인점 본점을 비롯한 다양한 식당가들이 입점해있다. 특색 있는 개인 사업장부터 대중의 입맛을 충족하는 체인점까지 만나볼 수 있어 익산 여행 시 식도락을 책임질 맛의 거리?로 꼽힌다.

미식뿐 아니라 백제 문화와 연계한 다채로운 행사로 즐길 거리를 더한다. 현재 각종 지역 행사시 백제 의상 및 한복 체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필두로 지역축제와 연계한 백제 문화 체험 콘텐츠도 기획 중에 있다고 한다.

백제 의상을 입은 시민들이 백제단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왼쪽부터 양태경 칼럼리스트, 정윤지 여행+ 기자
황재오 익산시 상권 활성화 사업단 단장은 “향후 백제 문화를 주제로 한 미디어 파사드, 백제를 상징하는 게이트 등을 설치할 것”이라며 “이 밖에도 백제, 서동설화의 내용을 담은 웹툰 제작을 준비 중”이라며 백제단길 발전 계획을 전했다.

실제로 영등 상권은 미디어 팸투어와 SNS 홍보단을 운영하는 등 지역 상권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2022년 상권 르네상스 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현대적인 감성의 백제 문화 콘텐츠를 담은 새로운 상권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용선 영등 상가 번영회 회장은 “영등 상권만이 가진 독특한 역량과 백제문화 콘텐츠 요소를 접목해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며 백제의 혼을 담은 상권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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