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서 고래 된 한국···원천은 혁신과 열정"

연승 기자 2022. 12.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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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유일 한국학 석좌교수' 라몬 파체코 파르도
전쟁 이후 단기간에 선진국 도약
당당히 혁신 주도형 경제 이끌어
유럽서 남·북한 혼동도 점점 줄어
K방역도 유럽서 훌륭하게 인식돼
라몬 파체코 파르도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한국학 교수(영국 킹스칼리지 국제관계학 교수)
[서울경제]

“유럽에서는 동남아시아·남미·중동·호주·북미 등에 비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조금 늦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극적인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 처음 동남아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제 학생들은 대부분 중국에 관심이 많았고 한반도에 관심이 있다 해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나 세습적 리더십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유럽 젊은이들은 한국의 문화·기술·음식, 심지어 한국의 경제성장과 외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6일 라몬 파체코 파르도(사진)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한국학 교수(영국 킹스칼리지 국제관계학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방탄소년단(BTS)의 나라 남한과 김정은의 나라 북한은 완전히 다르며 유럽에서 남한과 북한을 혼동하는 사람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벨기에를 비롯해 유럽에서 한국(남한)에 대한 인지도와 위상은 이처럼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유럽 내 유일의 한국학 석좌교수로 최근 출간한 ‘새우에서 고래로: 잊혀진 전쟁에서 K팝으로 도약한 대한민국(Shrimp to Whale: South Korea from the forgotten war to K-pop)’은 유럽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을 활용해 제목을 단 이 책은 한국은 더 이상 새우가 아닌 고래 수준의 국가가 됐으며 어떻게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일본·프랑스·독일 등의 국가와 같은 수준이 됐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이 유럽 내 한국학 전문가를 초청해 개최한 특강 ‘한국 문화 깊이 읽기’에 참석한 이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는 “책을 중심으로 한국의 경제·정치·사회·문화가 어떻게 오늘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국가 중 하나가 됐는지에 대해 강연을 했다”며 “선진국 경제, 강력한 민주주의, 자유주의 사회, 그리고 글로벌에서도 유명한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문답 시간에 한국의 국내 문제뿐 아니라 대외 정책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가 출간한 책 역시 유럽 전역에서 꽤 높은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였다면 한국에 관한 책은 인기가 없거나 아예 출간되지도 않았을 테지만 한국의 경제력과 문화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에 관련된 책도 판매가 되는 것이다. 그는 “책은 다른 유럽 언론사의 서평에 소개가 됐다”며 “런던과 브뤼셀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한 이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학술서만 출간하던 저에게도 팬 e메일이 왔다”고 전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한국과 한국인의 장점으로 도전 정신, 혁신, 열정을 꼽으며 이것을 통해 전쟁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글로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거듭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과 한국인은 크게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한다”며 “이것이 한국의 기술 및 혁신 주도형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의 열정이 큰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열띤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질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 열정의 장점이 부정적인 것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뛰어난 대응력인 ‘K방역’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그는 “한국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메르스 당시 실패했던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어떻게 배웠는지에 대해 썼다”며 “그리고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특히 유럽 전역에서 있었던 사망자 수와 봉쇄 기간과 비교할 때 유럽인들에게 정말 훌륭한 것으로 인식됐다”고 전했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선진국이 된 지금 한국은 이제 경제성장 모델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분명히 대부분의 한국인은 계속해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정치인, 기업인, 사회 전반은 일과 삶의 균형, 환경보호, 성장 사이의 스위트 스폿에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40대 이하 여성은 교육 수준이 남성과 같거나 더 높아 한국이 여성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라의 번영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생각하면 나이 든 여성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두 차례 살았고 일 년에 여섯 번 정도 방문하는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비빔밥을 최대한 빨리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또 그는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재미있고, 잘 도와주고,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해 한국에 갈 때마다 집에 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학문으로서 한국을 연구하지만 K팝을 비롯해 K무비도 좋아한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이효리가 대세여서 어디를 가나 이효리가 있었고 이효리의 음악을 나도 좋아했지만 지금은 BTS와 블랙핑크의 음악을 듣는다”며 “독립운동부터 근현대사를 다루고 사회 비판 의식을 읽을 수 있는 ‘살인의 추억’ ‘부산행’ ‘밀정’ 등 다양한 이슈가 섞여 있는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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