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처럼 이어진 인니 여성에 대한 억압과 해방…영화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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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비밀을 잘 지켜야 한단다.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올림머리 속에 잘 숨겨야 해."
나나(해피 살만 분)에게 과거는 숨겨야 할 비밀이다.
나나에게 이노는 죄책감과 억압을 덜어주는 일종의 탈출구인 셈이다.
해피 살마는 나나의 고상한 기품을 잘 표현했고, 라우라 바수키는 이노의 당당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살려낸 연기로 작품의 매력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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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여자들은 비밀을 잘 지켜야 한단다.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올림머리 속에 잘 숨겨야 해."
나나(해피 살만 분)에게 과거는 숨겨야 할 비밀이다. 나이 많은 부호와 재혼한 그는 전쟁으로 아버지, 남편, 아이까지 잃었지만, 누구에게도 슬픔을 드러낼 수 없다.
그러나 깊이 새겨진 상처는 전쟁이 끝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같이 악몽이 돼 나나를 찾아온다. 나무가 빽빽한 숲속을 홀로 걷고 있을 때 이름 모를 군인들이 다가와 아버지의 목을 베고, 남편을 끌고 사라져버리는 꿈이다.
나나는 재혼 후 반복된 유산의 고통과 겨우 얻은 아이들을 자신이 직접 키우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견고하게 올려진 자신의 머리칼에 꼭꼭 숨겨둔다.
그러나 남편의 내연녀 이노(라우라 바수키)를 만나며 나나는 자신을 옥죄던 것에서 조금씩 해방되기 시작한다. 이노는 집안에서 행사가 열릴 때마다 뒷마당에 숨어 있던 나나에게 안주인으로서의 자리를 되찾으라 말한다.
또 모두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왜 없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봄으로써 그가 숨겨뒀던 아픔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한다.
'나나'는 1960년대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얽힌 두 여자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나나는 전쟁이 남긴 잔해, 정치 이념이 촉발한 갈등, 공고한 가부장제 속에서 모든 실패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노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그 화살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돌릴 수 있게 됐고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갈구하게 된다.
이노는 나나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눈치채자 "잘못했다"고 사과한다.
그는 자신 때문에 모든 게 잘못될까 두려워하는 나나에게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며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나나에게 이노는 죄책감과 억압을 덜어주는 일종의 탈출구인 셈이다.
영화는 극 초반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어 보였던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과 점차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깊어지는 관계의 양상을 찬찬히, 동시에 섬세하고 매혹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낸다. 또 나나가 보는 환영과 악몽은 끊임없이 실제와 교차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해피 살마는 나나의 고상한 기품을 잘 표현했고, 라우라 바수키는 이노의 당당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살려낸 연기로 작품의 매력을 키웠다.
바수키는 이번 작품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조연상도 받았다.
인도네시아의 떠오르는 여성 감독 카밀라 안디니가 제작을 지휘했다.
그는 "독립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자유를 보장해 주지는 못했듯 억압은 형태를 바꿔가며 존재한다"며 "이 영화를 통해 오늘날 여성들에게도 여전히 가해지는 억압의 다양한 형식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배급사를 통해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15일 개봉.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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