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사찰 미등스님] "산 자를 위로함으로써 사회통합, 그게 수륙재의 진짜 의미"

이재진 2022. 12. 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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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의례 수륙재水陸齋의 사전적 정의는 물과 땅을 헤매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의식이다.

"종교 의례 중에서 사회적 기능을 가장 진하게 내포하고 있는 것이 수륙재입니다. 예불과 염불이 수행적 측면이 강하다면, 수륙재는 죽은 이를 위로함과 동시에 산 자도 위로함으로써 살아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통한 사회통합을 이끌어내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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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적사 주지를 맡고 있는 미등 스님은 우리나라 불교문화재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불교 의례 수륙재水陸齋의 사전적 정의는 물과 땅을 헤매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의식이다. 석가모니 제자 아난이 꿈에서 음식을 달라는 아귀를 본 후 바라문과 선인仙人, 아귀에게 공양을 베푼 설화가 수륙재의 사상적 근거로 중국 양나라 무제武帝 때 시작돼 고려시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묘적사 주지 미등 스님은 수륙재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종교 의례 중에서 사회적 기능을 가장 진하게 내포하고 있는 것이 수륙재입니다. 예불과 염불이 수행적 측면이 강하다면, 수륙재는 죽은 이를 위로함과 동시에 산 자도 위로함으로써 살아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통한 사회통합을 이끌어내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선 시대 이후 사회적 소통과 통합 기능

수륙재는 나라에 큰 변란이 있을 때 그 효용을 더해 온 측면이 있다. 이성계가 조선의 건국 과정에서 희생된 고려 왕실의 왕씨를 위해서 개성 관음골, 거제 견암사, 동해 삼화사 세 곳에서 수륙재를 열었다. 이는 곧 민심안정을 목적으로 수륙재를 열었음을 말해준다.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 왕실은 전란으로 흉흉해진 민심의 이반을 막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수륙재를 열었다.

"수륙재는 조선시대를 거쳐 내려오는 동안, 망자의 넋을 기리는 종교 기능과 함께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는 사회 통합적 기능을 해왔다"는 미등 스님은 "어떤 의미에서 죽은 이보다는 유족, 범위를 넓혀 모든 살아 있는 사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제의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죽은 이를 위한 의례가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여 왔다는 것이다.

미등 스님은 "종교적 관점에서 수륙재는 시방법계의 사성과 육범,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 모두를 대상으로 공양과 법식을 베푸는 의식"이라며 "사회적 관점에서 수륙재는 나이와 성별, 빈부와 학력, 지역과 인종, 장애의 유무 등과 관계없이 모든 생명체가 공생共生, 공화共和의 세상을 구현하는 의식"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서울 조계사 경내에 위치한 불교중앙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감로 탱화 연구로 석사, 수륙재 연구로 고려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스님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불교문화재 전문가다. 조계종 성보보존위원회 위원과 의례위원회 실무위원, 불교문화재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과 문화재위원(무형문화재분과)을 역임했다.

이태원 참사를 위로할 우리 시대의 수륙재

레퀴엠은 서양 음악에서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이다. 모차르트와 브람스, 베르디 등 수많은 음악가들이 레퀴엠을 만들어 망자의 넋을 위로했다. 그중에서 프랑스의 포레가 작곡한 레퀴엠은 '산 자를 위한 레퀴엠'이라고 불린다. 죄 지은 자를 벌하고 하나님의 나라로 가기 위해 특정한 조건을 제시한 기존의 진혼곡에서 산 자들은 절대자의 두려움을 느낀다. 이와 달리 포레의 레퀴엠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멜로디 라인으로 살아 있는 자들을 어루만진다.

이태원 참사로 우리 사회는 슬프다. 이 무기력의 한가운데에서 죽은 이들의 넋을 온당하게 위로하고 사회적 슬픔을 치유할 '레퀴엠'을 수륙재에서 본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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