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플러스'인데 눈물이…믿었던 킹달러에 배신당한 서학개미

구경민 기자 2022. 12. 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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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난 9월까지는 미국 주식 하락으로 인한 손실분이 환차익으로 상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주가가 올라도 원화로 환산한 수익에서는 마이너스가 나는 환차손에 노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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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최 모씨는 지난 10월 뉴욕 증시의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들였다. 이 ETF는 가까스로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8%다.

최근 달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다. 최 씨는 "올들어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떨어져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이 거의 없는데, 최근 환율까지 떨어지면서 환차손까지 입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로 환차익을 누리던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한숨이 깊어진다. 달러당 1500원을 바라보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주요 종목 하락세에 환차손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3원 내린 1292.6원에 거래를 마쳤다. 12월 첫날인 1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19.1원 내리면서 8월5일(1298.3원) 이후 4개월 만에 종가 기준 1200원대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25일 장중 1444원(연고점)까지 오르며 2009년 3월16일(1488원)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1200원대까지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곧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난 9월까지는 미국 주식 하락으로 인한 손실분이 환차익으로 상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환율이 9~11월 급격히 오르자 서학개미들은 9, 10, 11월 각각 2억9051만달러, 1억9830만달러, 4억7829만달러어치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금은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주가가 올라도 원화로 환산한 수익에서는 마이너스가 나는 환차손에 노출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달러화 약세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요인들이 조금씩 진정되고 있는 만큼 환율 역시 과도한 오버슈팅 영역을 빠르게 탈출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환율의 추세적 전환 및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내년 달러화 가치는 1~3분기 점진적인 하락 후 4분기 소폭 반등하는 흐름을 그릴 전망"이라며 "침체의 깊이가 얕고 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경우 달러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고, 침체가 깊고 물가 하락이 더디다면 상승할 것이지만 이번 침체 성격은 연착륙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환율이 1~2분기에 1300원대 초중반을 기록하고 3~4분기에는 120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환율 평균 범위가 1100~1200원대"라면서 "환율이 평균치로 회귀한다면 달러 자산에 대한 헤지는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달러가 완전히 약세로 방향을 틀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연준발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달러의 추가 하락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은 둔화되겠지만 점도표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달러화의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준발 불확실성과 함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점증은 최근 이어진 산타랠리가 서서히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달러에는 안전자산 수요 측면에서 상승요인이 될 수 있고, 불안심리가 다시 높아진다면 환율이 13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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