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21] 여수 금오도 쏨뱅이탕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2. 12.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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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은 여수에 오면 서대를 많이 찾는다. 하지만 여수 토박이들은 쏨뱅이를 더 사랑한다. 특히 겨울철이면 시원한 쏨뱅이탕을 좋아한다. 금오도와 소리도 인근 크고 작은 섬 주변이나 거금도나 나로도 일대는 쏨뱅이가 서식하기 좋은 바다다. 텃세가 강한 탓에 서식지를 잘 아는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바닷물고기이다. 갯바위에는 미역이나 해조류가 자라고 그 바위 주변에 많다. 이런 곳을 ‘걸밭’이라 한다.

쏨뱅이탕 차림./김준 제공

다른 이름으로 ‘돌우럭’이라 하며, 영어로도 ‘락피시’라 부른다. 또 ‘쏘다’는 말에서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말도 있다. 여수사람들은 쏨뱅이보다 쑤기미를 즐겨 했지만 한철 잡히는 쑤기미보다 사철 손맛을 보는 쏨뱅이가 장사하기는 더 낫다. 게다가 무슨 일인지 쑤기미가 잘 잡히지 않는다. 두 생선은 모두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다. 쑤기미는 지느러미 가시에 맹독을 가지고 있어 어민들도 두려워하는 물고기이다.

/김준 제공여수 쏨뱅이탕

여수 한 식당 주인도 손질을 하다 가시에 찔려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쏨뱅이도 강한 가시를 가지고 있어 손질할 때는 물론 먹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쏨뱅이는 대가리 부분이 차지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뼈가 단단하며 가시가 강하다. 생김새는 우럭으로 알려진 조피볼락과 비슷하다. 모두 겨울철 시원한 탕으로 제격이다. 쏨뱅이는 ‘죽어도 삼뱅이’라 할 만큼 맛있는 생선이다.

/김준 제공여수 금오도 바다

다만 손질하는 것이 번거롭고, 뼈의 비중이 높아 식당에서 쉽게 만나기 어렵다. 쏨뱅이목에 속하는 어류는 우럭, 조피볼락, 양태 등이다. 꼼치(물메기), 미거지(물곰)도 쏨뱅이목이다. 쏨뱅이는 돌 틈에 낚시를 드리워 잡는다. 사철 잡히지만 찬 바람이 나서부터 남풍이 불 오는 봄까지 맛이 좋다. 이때 살이 오르고 단단하다.

/김준 제공갯바위로 이루어진 비렁길 아래 바다에 쏨뱅이가 서식하기 좋은 곳이 있다

영역을 지키는 습성이 강한 탓에 서식처 잘 아는 주민들이 낚시로 잡아서 싱싱할 때는 탕으로 끓이고, 말려서 찜이나 구이로 즐겼다. 튀김도 좋다. 낚시인들에게 외면받는 가시와 독이 있어 주민들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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