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흑역사 파헤친 한인 여학생 ‘크림슨’ 편집인 됐다

정지섭 기자 2022. 12. 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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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편집인 카라 장 인터뷰

미국 하버드대 박물관이 노예 19명과 원주민 7000여 명의 유해를 보관해왔다는 뉴스가 지난 6월 이 대학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을 통해 보도됐다. 신문은 구체적인 대외비 문건들을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전하고, 하버드대가 과거 노예제와 인종차별의 역사에 깊숙하게 개입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 최고 지성의 산실로 불리는 하버드의 ‘어두운 과거사’를 다룬 뉴스는 큰 화제였다. 이 기사를 특종 보도한 기자는 올해 스무 살의 역사학도이자 한인 여학생인 카라 장이다. 그가 150년 전통의 하버드 크림슨 차기 회장(president) 겸 편집인에 선임됐다. 한인 학생이 크림슨 회장이 된 것은 2015년 재임했던 경제학 전공 남학생 스티븐 리 이후 두 번째다.

막 인쇄돼 배달을 기다리는 하버드 크림슨 신문을 살피고 있는 카라 장. 하버드 크림슨 기자로 하버드 대학본부와 총장실, 학내 노동자 등을 두루 취재하며 기사를 썼던 그는 2023년도 회장으로 선임돼 경영과 편집, 디지털 등 신문사의 전 부문을 총괄 지휘하게 된다

하버드 크림슨은 최근 낸 사고(社告)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하버드 크림슨은 기자와 논설위원, 미디어경영 담당자 등 전체 구성원으로 이뤄진 가드(Guard)라는 운영 기구를 두고 있는데, 장씨는 제150대 가드의 회장을 맡아 내년 1년간 신문사를 이끌며 신문 제작 및 경영, 디지털화 등을 총괄하게 된다. 하버드 크림슨은 현 운영진이 차기 운영진 후보자들을 개별 면접한 뒤 투표로 선출한다. 본지와 이메일로 만난 장씨는 “크림슨은 정말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모여 있는 멋진 공동체”라고 소감을 말했다. 뉴욕 출신으로 2020년 가을 하버드에 입학한 장씨는 대학생이 되기도 전부터 크림슨의 열혈 애독자였다.

그는 “대학생 기자들이 학내의 여러 현안을 심층 취재, 고발해 학교가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한 탐사 보도에 특히 매료돼 왔다”며 특유의 저널리즘 정신을 하버드 크림슨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2020년 5월 하버드 크림슨의 심층 보도를 통해 30여 년 만에 전모가 드러난 유명 교수들의 성폭력 사건 보도를 들었다.

자신이 왜 신임 회장으로 뽑혔느냐고 묻자 장씨는 “운영진이 후임을 선발하는 방법은 비밀이라서 짐작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디지털 시대 대응 전략에 노력한 점, 하나의 신문이 아닌 크림슨의 기치에 맞는 취재를 위해 애쓴 점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장씨는 크림슨 초년병 기자 시절에는 1만5000여 교내 노동자를 전담 마크했고, 대학원생 조교들의 집단 파업을 다룬 기사가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까지는 총장실을 비롯해 학교본부를 전담 취재 해왔다. 한국 언론사로 치면 청와대 출입인 셈이다.

어린 시절 한국과 홍콩에서도 거주했던 장씨는 “나 자신을 소개할 때 한국 혈통을 가진 미국인임을 가장 앞세우지는 않지만, 그 같은 정체성은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크림슨을 이끌었던 선배 중에는 한인을 비롯해 아시아계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의 활약상을 보며 롤모델로 삼을 수 있어 뿌듯했다”고도 했다. ‘언론사 경영자’로서 장씨는 “임기 동안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고, 그동안 추구해온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을 지속가능하도록 제도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전공으로 정치학을 배우고 있는 그는 “졸업 뒤 법조인이 돼 공공 부문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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