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이웃 삶을 돌아보는 데서 출발하는 규제개혁

박희창 경제부 기자 2022. 12.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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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이게 왜 안 될까'라는 의문이 들 때면 그 답이 규제인 경우가 많다.

관세청이 1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교통약자 짐 찾기 도움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교통약자가 연간 약 230만 명에 이르는데도 지금까지 이 서비스는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다.

교통약자 짐 찾기 도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럭컴퍼니가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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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일상에서 ‘이게 왜 안 될까’라는 의문이 들 때면 그 답이 규제인 경우가 많다. 관세청이 1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교통약자 짐 찾기 도움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민간 업체가 인천공항에서 대신 짐을 찾아 집이나 숙소까지 가져다주는 교통약자에겐 꼭 필요한 서비스다. 장애인을 비롯해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6세 미만 영유아 동반자, 13세 미만 어린이 등이 이용할 수 있다. 교통약자는 크기에 상관없이 짐 1개당 2만9700원(서울 기준)을 내면 짐을 직접 찾아 운반하는 어려움을 던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교통약자가 연간 약 230만 명에 이르는데도 지금까지 이 서비스는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다. 공항에서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업체는 세관에 영업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관세청은 공항 입국장 질서 유지 등을 이유로 본인이나 동행자가 직접 짐을 운반하도록 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일부 항공사가 장애인 승객을 위해 짐을 대신 운반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이런 내부지침에 따라 짐을 대신 찾아 옮겨주는 업체는 영업 등록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이 문제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풀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한 조건에서 현행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효과가 입증되면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제도다. 교통약자 짐 찾기 도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럭컴퍼니가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됐다. 짐을 대신 옮겨주는 사람에 대한 관리 문제 등 내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교통약자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관세청은 “서비스 수요가 있다”며 2024년 11월 말까지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하나의 규제는 풀렸지만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계속 쌓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155건의 규제개혁 과제를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기업들이 요구한 규제개혁 목록에는 찬반 논쟁이 팽팽한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폐지’가 또 포함됐다. 현재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달 두 차례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이미 올 7월 대통령실이 진행한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규제개혁 1순위로 꼽혔던 사안이다. 어뷰징(중복 투표)을 이유로 국정과제에 곧바로 반영되진 않았지만 정부는 8월부터 의견 수렴에 나섰다. 올해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는 여전히 의견 청취 중이다. 정부는 “조심스러운 상태”라며 구체적인 언급 자체도 꺼린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정부의 결단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169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서면 폐지는 물 건너간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처음 도입된 2012년 이후 우리의 소비 습관은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 유통이 전체 소매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6.5%로 2010년(8.5%)의 3배 이상으로 커졌다. 몇 집 건너 노부부가 사는 집 문 앞에는 매주 마트의 배송 박스가 놓인다. 이들 삶의 방식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설득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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