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리콜 300만대… 자동차 8대중 1대는 결함을 안고 달렸다

김아사 기자 입력 2022. 12. 7. 03:02 수정 2023. 5. 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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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자동차 자발적 리콜(시정조치) 대상 대수가 역대 처음으로 3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리콜은 ‘설계, 제조 또는 성능상 문제로 안전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에 시행된다. 국내에 등록된 전체 차량이 2491만대임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8대 중 1대꼴로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이다.(한 차종의 중복 리콜 배제)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6일까지 318만1496대 차량이 자발적 리콜 조치됐다. 지난해(265만5115대)보다 20% 증가한 수치이고, 2019년(200만9110건)보다는 60%가량 늘어난 것이다.

표면적으로 이 같은 리콜 증가는 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며 탑재되는 전자장비(전장)가 늘어난 게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부품사 역량 부족, 부품 간 호환 문제, 짧아진 신차 개발 주기 등 제조 과정에서의 구조적 문제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팔라진 리콜 증가는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이라며 “제조 과정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리콜은 구조적 문제

리콜 증가는 최근 부쩍 늘어난 운전자들의 불만 호소와도 맥을 같이한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각종 차량 고장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예컨대 GGM(광주글로벌모터스)이 만든 경형 SUV 캐스퍼의 경우 에어컨, 열선을 켜고 운행하면 차량이 앞뒤로 덜덜 떨리는 현상이 지속 보고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말 타기’로 불리는 증상이다. 이외에도 엔진 누유(기아 쏘렌토), 시동 꺼짐(현대차 팰리세이드), 저속 주행 시 운전대 무거워짐(테슬라 모델S), 디스플레이 오작동(벤츠 E클래스) 등 다양한 현상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오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선 전동화 전환 과정 등에서 여러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예컨대 현대차는 지난해와 올해 C사와 S사 등 7곳을 배터리팩 협력사로 추가 선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도어, 선루프, 머플러 등 내연기관 부품을 만들어오던 회사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전문위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부품 업력이 부족한 내연기관 부품사로부터도 부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성능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자동차 전장 개발과 제조를 1차 협력사들이 맡다 보니 부품 간 호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완성차업체 연구원은 “복잡해진 컴퓨터를 일일이 통합, 조율하는 셈인데 과정이 만만찮고 오류도 발생한다”고 했다.

신차 개발 주기가 점차 빨라지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과거 7~8년 걸리던 개발 주기가 최근엔 5~6년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충분한 자체 테스트를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품질 테스트가 법규에서 요구하는 최소 조건을 넘기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며 “최근 리콜 이유 중 일부는 테스트를 반복했을 경우 충분히 잡혔을 문제”라고 했다.

◇리콜, 안 지켜도 대책 없어

운전자들 사이에선 빈약한 리콜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완성차업체가 실제 시정조치를 완전히 완료하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리콜은 운전자들이 정비소를 방문하거나 OTA(무선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을 고치는 개념이라 강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리콜 대상 차량 중 정비되지 않은 차량은 22.6%에 달한다. 고장을 고치지 않고 시한폭탄처럼 도로를 다니는 차량이 수십만대에 달한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완성차 업체의 리콜 시정률이 70% 미만일 경우 재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이에 따른 제재는 없다.

모호하게 정의된 리콜 시행 규정도 문제다. 지금은 자동차 관리법에 ‘안전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 리콜을 시행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이 애매해 제작사, 소비자, 관련 부처 간 이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리콜 시행 이유가 애매해 소비자들이 정확한 결함 원인과 조치 여부 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부품 결함이나 고장 증상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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