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파업 대응, 영국 정부는 달랐다

기자 2022. 12.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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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영국은 파업의 열기로 뜨겁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피로도가 극에 달했던 필수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파업과 연대가 눈에 띈다. 이번달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간호사노조가 106년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나설 예정이며, 이미 지하철, 철도, 버스, 중·고등교사 노조의 파업이 진행되었고 또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 말, 영국 대학노조에서도 연금 삭감 문제와 임금 인상 요구, 교직원의 불안정 계약 구조, 업무량 과중, 임금 불평등 개선 등을 둘러싼 분쟁으로 3일간 파업을 진행했다. 영국 전역 150여개 대학의 7만여명의 교직원이 참여하며 대학노조 파업 역사상 최고 규모의 파업을 기록했다. 나도 이번 파업에 참여하여 계획된 강의를 취소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정치 파업 논란,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 발동 소식을 접했기에 나는 파업 당사자인 노조와 대화 파트너인 대학,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영국 정부 및 사람들의 태도에 더욱 관심을 갖고 파업에 임했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파업을 예고한 당일, 대학노조는 학생들과 대학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파업의 의제와 절차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문을 보냈다.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할 파트너인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와 e메일을 통해 교직원들의 파업권을 존중할 것임을 명시하고, 파업이 학생들에게 끼칠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 전달했다. 양측이 합이라도 맞춘 듯 자연스러운 진행과정이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이들은 200만여명의 대학생들이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있었던 파업으로 인해 강의가 취소되고 행정 처리가 지연되는 등 피로감을 느낄 만했지만 전국학생연합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은 오히려 이번 파업을 지지하며 동참했다.

이번 대학노조 파업은 역대 최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 정부가 파업을 사회적 대화 파트너인 대학 노조와 대학이 풀어야 하는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대처 정부 이후로 노조의 영향력이 위축된 영국이지만 영국 정부는 파업과 노사분쟁에 있어서 노조와 사용자 간 협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노사 양측의 협상 결렬 시 대화의 중재자 혹은 윤활유 역할을 맡는 것이 정부의 일반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최근 영국 정부는 영국 내 핵심 사회서비스 부문의 파업에 한해 군 병력과 파견노동자를 활용하여 인원 공백을 메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영국노총은 지난 9월 파견노동자 활용 건을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침해 조치로 보고 영국 정부를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하였다.

비슷한 공공부문 파업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떠한가? 노사 간 입장 조율에 성공한 노조가 있는가 하면 갈등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는 화물연대와 같은 노조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 정부는 이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기보다는 업무개시명령 등을 통해 노조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정치 논리로 반노조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파업 과정에서 생기는 위법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파업 자체를 불법 행위로 보는 현 정부의 시각은 편협하고 위험하다. 이러한 정부의 노조관이 사회적 파트너의 대화의 공간을 더욱 협소하게 만들까 우려스럽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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