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행로난] ‘중.꺾.마’와 전략적 인내

기자 2022. 12.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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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카타르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포르투갈을 꺾은 우리 선수들이 경기 후 들고 있던 태극기에 써 있던 말이다.

지난가을, 미국에서 열렸던 2022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리나라 한 팀이 ‘언더독’으로 우승을 일구어냈을 때부터 곧잘 접하게 된 문구다. 그 팀은 국내 선발전을 어렵게 통과, 롤드컵에 진출하여 강호들을 연이어 꺾고 결승에서 국내 리그 우승팀에 역전승을 거둠으로써 세계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일구어낸 값진 승리의 퍼레이드였다.

그런데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간직하고 또 이를 꿋꿋하게 발휘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공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스로 한계 지음” 때문에 그러하다. 하루는 제자 염구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도를 행하기가 저로서는 역부족이라고 고백했다. 그러자 공자는 “역부족이라고 함은 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것이다. 지금 너는 스스로 한계를 긋고 있을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역부족”이라는 말은 힘에 부친다고 생각되어 시작도 안 한 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달려들어 해보다가 힘에 겨워 그만둘 때 쓰는 말이라는 뜻이다. 해보기 전에 불가능하다고 지레 판단하여 아예 시도조차 않는 것은 그저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짓는 행위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공자가 언제 어디서나 불요불굴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건 아니다. 그는 나라에 도가 행해지면 출사하여 천하를 경영하고자 애쓰고 그렇지 않으면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상황이 어떻든 간에 세운 뜻을 무조건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식으로 권유하지 않았음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략적 인내’다. 관직에 나아가 천하를 경영하는 일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이룰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에 도를 행해지게 함은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나의 노력을 넘어서 있는 것으로 인해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게 됨은 내 뜻이 꺾인 것이 아니라 역부족이다.

하여 역부족에 좌절하거나 실망할 까닭이 없다. 전략적으로 인내하면 된다. 전략적 인내는 때가 무르익으면 그 뜻을 기어코 실현해내고 만다. ‘중꺾마’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기어코 이루어낸 것처럼 말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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