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공지능과 문화콘텐츠의 미래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2022. 12. 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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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교수

'달리2'(DALL·E2)의 탄생. 올해 문화콘텐츠 분야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을 묻는다면 단연코 손꼽아야 할 일이다. 달리2는 오픈에이아이(OpenAI)가 만든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AI)이다. 화면에 글자 텍스트를 입력하면 명령에 따라 순식간에 그림을 만들어준다. 지난해 선보인 '달리'보다 화질이 좋아지고 구성이 정교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림 인공지능은 여러 해 전에 등장했지만 올해 획기적인 변화를 이룩했다. 달리2뿐만 아니라 '미드저니'(Midjourney) '노블에이아이'(NovelAI)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같은 인공지능이 잇따라 출시됐다. 그림 인공지능의 춘추전국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드저니로 그린 그림이 미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올해 9월 미국 '콜로라도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게임기획자인 메이슨 앨런이 미드저니를 활용해 만든 그림이었다. 메이슨 앨런은 인공지능 그림 3장을 출품했고 이중 하나가 상을 받았다.

인공지능은 처음엔 인간의 단순한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활용되리라고 예견됐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간의 가장 창조적인 행위를 넘보고 있다. 시와 소설을 쓰고 영화시나리오를 창작하며 작사와 작곡까지 척척 해낸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긴 영역을 파고든 일도 놀랍지만 그 결과물의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기술의 발전이 창작을 확장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사진과 영화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필름은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활용해 발명됐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림을 그리려는 사실주의의 욕망을 구현하기 위해 동원된 장치였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유명한 글에서 필름에 의해 사진과 영화가 생겨나면서 예술의 아우라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대중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예술의 민주주의를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을 향한 놀라움은 일말의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함께 찾아온다. 우리는 아직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다 그것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예측하지 못하는 미지의 단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적어도 3가지 측면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첫째는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딥러닝'의 원리와 그 과정에 대한 이해, 즉 인공지능 공학이다. 둘째는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을 구체적인 사물과 결합하는 과정, 즉 인공지능 디자인이다. 인공지능은 로봇,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등과 결합하는 형식으로 존재한다. 때로는 자동차, 냉장고, 청소기 같은 형태로 디자인되기도 한다. 셋째는 이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선 굳이 공학이나 디자인의 원리까지 속속들이 알 필요는 없다. 주어진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만들면 그뿐이다.

달리2의 탄생을 두고 그저 예술적 사건이라 부르지 않고 문화콘텐츠적 사건이라고 부른 까닭은 그것이 독립적인 그림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2를 활용하는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창조를 시도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드는 그림은 이제 소설, 만화, 영화, 게임 등과 상호작용하면서 수많은 '전환' 현상을 만들어낼 것이다. 장르와 영역의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전환 현상이야말로 문화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문화콘텐츠는 이제 강력한 민주주의의 도구를 얻게 됐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소수의 예술가에게 집중됐던 창작의 권리가 해방된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필름이 발명된 지 200년 만에 찾아온 인공지능의 시대는 우리가 기대조차 하지 못한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세계를 열어젖힐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더욱 멋진 상상과 창조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까닭이다.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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