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강서 멈췄지만, 여기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장하다

2022. 12. 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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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2년'의 기적을 만들어 보자며 선수들과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쳤다.

브라질과 16강전을 마친 뒤 주장 손흥민이 인터뷰에서 "응원해 주신 것에,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릴 것 같다"고 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죄송금지"란 단어가 키워드로 올랐다.

별로 웃을 일이 없었던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한 것이 우리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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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2년’의 기적을 만들어 보자며 선수들과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쳤다. 하지만 세계 최강 브라질을 넘기엔 힘에 부쳤다. 한국은 브라질의 막강 화력에 전반에만 4골을 내주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을 마치고 76시간 만에 경기에 나선 탓에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실력 차이가 있었지만 승운도 따르지 않았다. 고의성이 전혀 없었던 플레이에 페널티킥이 주어지며 사기마저 꺾였다. 교체 투입된 백승호의 중거리 슛으로 영패를 면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승부에서는 큰 점수 차로 밀리며 세계 최강의 벽을 절감했지만, 팬과 국민들은 세계 최고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며 한국 대표팀에 박수를 보냈다. 브라질과 16강전을 마친 뒤 주장 손흥민이 인터뷰에서 “응원해 주신 것에,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릴 것 같다”고 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죄송금지”란 단어가 키워드로 올랐다. 어려운 상대를 맞아 멋진 대결을 벌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이날 경기에 앞서 대표팀을 응원하는 슬로건으로 ‘중꺾마’라는 단어도 크게 회자됐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16강 진출 스토리를 쓴 대표팀이 다시 한번 투혼을 발휘해 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26명의 선수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2018년부터 시작된 4년간의 여정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포르투갈전을 승리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한 외신은 ‘월드컵 92년사에서 가장 격정적인 조별리그 마감’이라고 하지 않았나.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값진 결과다. 4년 뒤 대표팀이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을 흥분케 할지 벌써 기대된다.

어제 영하의 날씨에도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새벽잠을 잊고 TV 앞에서 목청 높인 국민들 또한 어디 한둘일까.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동안 국민들은 구태정치에 대한 염증을 잠시나마 잊었다. 복합 경제위기와 이태원 참사에 따른 시름도 달랠 수 있었다. 별로 웃을 일이 없었던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한 것이 우리 대표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대표팀이 여기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하고 고맙고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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