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탈많은 방송법 개정안, 바람직한 대안은

2022. 12. 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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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영방송법 강행… ‘방탄 방송’ 우려
초당적 위원회 구성해 논의 맡겨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목적은 공영방송 KBS, MBC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방식을 바꿔 방송을 장악하고 친민주당 성향 사장을 임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를 위해 공영방송 이사회를 ‘운영위원회’로 바꾸고, 구성 인원을 9∼11명에서 21명으로 대폭 늘리며, 운영위 3분의 2 특별 다수제로 사장을 선임하도록 했다. 단독 의결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방송은 방송인에게 돌려드리고 정권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고자 한 방송 민주화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5년 전 권력을 잡자마자 오히려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몰염치한 행동을 했다. 친야당 성향의 이사들을 온갖 편법을 동원해 끌어내려 이사회를 장악한 다음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장들을 쫓아내고 자기편 인사들로 채웠다. 이후 공영방송 경영진은 불공정 편파 보도에 휩싸였다. 이런데도 민주당이 정권을 잃자 지금 와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지배구조를 개혁한다고 하니 누가 믿겠는가?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정치학
방송법 개정안은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방탄 방송’을 겨냥한 악법이다. 기존 공영방송 이사회는 국회 추천으로 구성되지만 새로 개정된 운영위 구성은 국회 추천 몫은 5명뿐이고 나머지 16명 추천권은 방송 직능단체(6명),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6명), 시청자위원회(4명)가 나눠 갖도록 했다. 국회 몫은 거대 야당이 더 많이 차지하게 되고, 직능단체도 민주당과 가까운 곳이 많다. 이럴 경우, 친민주당 성향의 운영위원이 대거 추천될 개연성이 커지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사라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과방위원,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라며 “노영(勞營)방송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여하튼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이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방탄 방송으로 변질되면서 ‘방송의 정치화’가 만연할 공산이 크다.

개정 방송법안이 절차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국회법(제57조의2)에 규정된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에 대해 90일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소속 의원 수가 가장 많은 교섭단체에 속하는 조정위원 수와 제1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조정위원 수를 같게 하고 있다. 안건에 대한 조정안은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민감한 쟁점 법안에 대해 충분히 숙의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포함시켜 민주당 4표 대 국민의힘 2표로 만들어 2시간50분 만에 조정위를 조기 종결시켰다. 이런 편법, 꼼수로 일방 처리한 것은 반의회적이다. 이렇게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면서 ‘개혁’, ‘방송 민주화’를 들먹이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국민 기만이다.

바람직한 대안은 5년 전 대선 이후 여야가 오랜 숙고 끝에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따르는 것이다. 이사를 13명으로 늘려 여야가 7대 6으로 추천하고, 사장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은 사장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실현할 수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스웨덴의 ‘정책조사특별위원회’(SOU)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현안에 대해 초당적이고 신망 있는 인사가 위원장을 맡고, 최소 1∼2년의 활동 기간을 두고,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보고서는 최소 3개월 이상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레미스’(Remiss)를 거치고 의회에선 큰 수정 없이 통과된다. 스웨덴은 이미 대학 개혁 등을 이 방식으로 처리했다. 우리도 중립성 있는 민간 전문가가 위원장이 되는 ‘공영방송개혁위원회’를 국회에 구성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실효성 있는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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