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버린 ‘벤투 황태자’…“모든 게 감독님 덕분입니다”

윤은용 기자 2022. 12. 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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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이 6일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마친 뒤 아쉬움을 참으며 박수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도하 | 연합뉴스
4년 전 AG 활약으로 발탁된 황인범
부정적 평가·우려 속 남모를 속앓이
굳건한 믿음에 꾸준히 기회 받으며
대표팀 부동의 주전 미드필더 우뚝
각별했던 은사와 이별에 진심 전해

“그분 덕에 내가 앞으로 더 큰 꿈을 가지고….”

파울루 벤투 감독 얘기가 나오자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의 눈가는 금세 촉촉해졌다. 울음을 참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던 그는 끝내 눈물을 펑펑 쏟아내면서 말을 다 마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의 황태자’로 불린 황인범에겐 너무나 각별했던 월드컵이 끝났다.

황인범은 6일 카타르 도하의 구칠사(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패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경기만 놓고 보면 큰 점수 차이로 졌지만, 4년 동안 우린 정말 많이 노력했다”며 “외부에서도 흔들려고 하는 말들이 많았는데, 내부적으로 잘 뭉쳐 서로를 믿었던 것이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았다. 이젠 모든 부분이 더 발전해야 우리가 느낀 이런 행복을 국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평가를 해보려고 했지만, 대패에 대한 아쉬움을 모두 숨길 수는 없었다. 황인범은 “6월 평가전(1-5패)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준비했다. 전반을 무실점으로 버텼다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조금은 커졌을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많이 반성한다. 그리고 팀 차원에서도 반성해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다만, “이 결과로 우리가 4년간 해온 것을 평가받고 싶지는 않다”고도 했다.

인터뷰가 한창 진행 중일 무렵, 벤투 감독 얘기가 나오자 황인범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미 라커룸에서 계약 종료 사실을 벤투 감독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황인범은 “많은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정말 감사하다. 감독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16강전에서 후반 교체돼 벤치로 들어오는 황인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하고 있다. 도하 | EPA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부임 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금메달의 주역이 된 황인범을 눈여겨보다 A대표팀에 전격 발탁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황인범은 A대표팀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황인범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줬고, 황인범도 벤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급성장하며 대표팀 부동의 주전 미드필더가 됐다.

황인범은 “황인범이라는 선수를 왜 쓰느냐, 저 선수를 뭘 보고 쓰느냐, 무슨 인맥이 있기에, 무슨 관계라서 저 선수를 쓰느냐고 외부에서 말들이 많았다”면서 “내가 감독이라면 흔들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나를 계속 믿어줬다. 그분 덕에 내가 앞으로 더 큰 꿈을 가지고…”라고 말하더니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벤투 감독을 향한 황태자의 진심이 담긴 눈물이었다.

한편 황인범은 경기 후 인스타그램에 “여전히 선수들, 코칭스태프의 노력과 성과에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키보드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악플러’들을 비판하면서 “진심으로 응원해주시고 함께 호흡해주신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 잘 충전해서 또 힘을 내보겠다”는 글을 올렸다.

도하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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