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산·가리봉 전투서 전사’ 강농원 일병, 70여년 만에 가족 품으로

박은경 기자 2022. 12. 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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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에서 수습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가 강농원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국방부가 6일 밝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20년 6월 강원 인제군 덕적리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고(故) 강농원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유해 발굴 당시 육군 3포병여단 장병이 기초발굴 과정에서 오른쪽 허벅지뼈 일부를 처음 식별해 국유단 전문 발굴 인력이 수습했다. 이어 최초 발견 지역에서 10m 떨어진 곳에서 척추뼈 등 유해 6점을 추가로 찾았다.

유해 주변에서 M1 탄두 등 유품 3점도 함께 발견됐으나 그것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후 유해의 유전자 분석 결과 2009년에 유전자 정보가 확보된 강한표씨와 가족관계로 추정돼 정밀분석을 거쳐 부자 관계가 확인됐다. 강씨는 친지 권유로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해 아버지의 유해를 찾을 수 있었다.

인천 옹진군에서 6남3녀 중 여섯째로 태어난 고인은 부친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부양했다. 스무 살에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고인은 강씨가 세 살이었던 1951년 3월 국군 3사단 23연대에 입대했다. 남은 가족은 국군 가족이라는 이유로 북한군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는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고인은 강원 인제군에서 1951년 4월21일부터 5월15일까지 전개된 ‘한석산·가리봉 전투’에 참전했다 전사했다.

한석산·가리봉 전투는 중공군의 공세 속에 벌어진 전투다. 국군 3사단이 북한군을 격파하면서 고지와 능선을 차례로 탈환했고 인제~원통 도로와 주변 저지대를 통제할 수 있는 한석산을 점령해 동부전선의 방어선을 견고히 하는 데 성공했지만 강 일병은 안타깝게도 입대한 지 석 달이 채 안 돼 이곳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아버지를 찾았다는 소식에 강씨는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다가 1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모습을 생각하니 목이 멘다”며 “나의 생이 다하기 전에 아버지를 찾아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2000년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이래 강 일병을 포함한 호국 영웅 202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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