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초등생 사망 사건 ‘뺑소니 미적용’ 논란
[앵커]
"잘 지내 친구야"
알록달록한 색종이에 적은 작별인사가 교문 앞, 추모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제 영영 볼 수 없는 친구가 혹시 배가 고플까 간식도 준비했는데요.
친구와 함께 오가던 평온했던 길은 이제 친구를 떠나 보낸 가슴 아픈 공간이 됐습니다.
술을 마시고 사고를 낸 운전자가 인근에 주차를 한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지난주 전해드렸습니다.
경찰은 도주 의사가 없다며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는데 유족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이예린 기자입니다.
[리포트]
9살 A군이 차에 치여 숨진 곳은 초등학교 후문에서 불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채 어두워지기도 전인 오후 5시쯤 일어난 이 사고, '음주 운전'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 B씨를 체포했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조사 결과 그는 사고 직후 21m가량 차를 더 몰아 인근 빌라에 주차를 한 뒤,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A 군이 의식을 잃은 뒤였습니다.
[A 군 아버지 : "저희 아이를 치고 주차장에 주차를 한 다음에 다시 현장으로 복귀를 했거든요. 그 얘기는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거고..."]
이런 이유로 유족 측에선 도주치사, 즉 뺑소니 혐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A 군 아버지 : "치고 밟은 건 알았는데, 사람인 줄 몰랐다. 보이지 않는다라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직접적인 구호를 하지 않았어요. 저희는 뺑소니 사고가 분명하다고 생각하는데..."]
경찰은 그러나 운전자가 40초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고 인근 시민에게 119 신고를 요청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도주'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낸 만큼 징역 3년 이상에 처해지는 '민식이법'을 적용했지만, 5년 형 이상도 가능한 뺑소니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겁니다.
유족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A 군 아버지 : "법에서 허용하는 최대의 엄벌에 처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 그래야지만 뭔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게 특히 어린이들한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가 난 도로는 인도가 없어 위험하다며 2년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일방통행로 지정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 송혜성/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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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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