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화살촉 쏘아대는 대통령실 숨은 의도는

노지민 기자 2022. 12. 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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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대응 일환 홈페이지 개편, 언론사 비판 강도 제각각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대통령실이 야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특정 보도를 반박하는 항목이 신설됐는데, 입장문에서 언론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사례가 특정 매체에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0월 홈페이지에 '사실은 이렇습니다', 약칭 '사이다' 게시판을 만들었다.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야권과 언론의 보도 때문이라 판단한 대통령실이 '네거티브 대응'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10월11일을 시작으로 12월5일까지 게재한 '사이다' 입장은 24건, 관련 보도를 한 매체는 18곳이다. 매체별 언급 횟수는 연합뉴스가 5회로 가장 많고, 한겨레·노컷뉴스·이데일리·조선일보가 2회, 뉴스1·경향신문·KBS·문화일보·한국일보·연합인포맥스·데일리안·중앙일보·오마이뉴스·경인일보·MBN·미디어워치가 각 1회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언급량이 높은 이유는 다수 언론이 뉴스통신사 보도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 갈무리

다만 대통령실은 입장문에서 처음 의혹을 제기한 '야권 정치인'에 비판을 집중했다. 24건 중 16건이 야권, 그중에서도 10건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반박한 내용이다. 전·현직 정치인 중 실명이 거론된 대상은 민주당 김의겸(청담동 술자리), 이수진(대통령경호처 직원 '사적 이사' 동원), 장경태(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방문 사진 연출 의혹 및 천공의 출근길 문답 중단 개입), 전용기 의원(로봇개 임차계약 특혜)과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등으로 나타났다.

입장문에서 매체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비판한 사례는 한겨레와 MBC 뿐이다. 먼저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액 후원금을 냈고, 취임식에 김건희 여사 명의로 초청받았던 인물이 실소유한 업체가 용산 대통령실 경호 로봇(로봇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지난달 23일 한겨레 보도에 대해서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경호처의 1800만 원 규모 로봇개 임차계약이 특혜'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한겨레가 보도하였으나,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적시했다.

이는 여타 단독 보도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과도 온도차가 확인됐다. '사이다' 게시판에 게재된 24건의 의혹 중 5건이 단독 보도에 관한 사안이지만 특정 매체를 언급한 건 위 사례 뿐이다. 앞서 한국일보가 윤 대통령의 '보육 책임' 입장과 달리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을 삭감했다며 단독 보도 했을 때 대변인실은 “'정부가 어린이집 예산을 삭감해 보육 책임을 방기했다'는 식의 일부 야당 의원의 주장과 이를 보도한 기사가 사실과 달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드린다”고 했다.

경향신문이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관련해 집기 구매 비용으로 10억 원이 들었다고 보도했을 때도 대변인실은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기면서 침대 52개, TV 55대 등을 구입했다는 야당 의원실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용산대통령실 ⓒ연합뉴스

장경태 의원이 '천공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중단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비판한 사안을 두고는 'MBC 스트레이트' 보도가 출처로 명시됐다. “'어제 MBC 스트레이트에서 천공이 도어스테핑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내용이 방영되자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무책임한 허위 발언”이라고 지적한 대목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최근들어 대통령실 관련 의혹제기를 '가짜뉴스'로 통칭하면서 강경대응 기조를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순방 당시 자신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가리켜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언론과 대립각을 세운 사례는 많지만 윤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전임 문재인 대통령 시절엔 조국 전 민정수석 등 참모진 관련 의혹이 본격화하고 국제관계 경색론이 불거진 임기 중반부터 '가짜뉴스 대응'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가짜뉴스 대응'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건 집권 3년차인 2019년 1월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6개월차였던 지난달 MBC 보도를 “가짜뉴스” “악의적 행태”라 규정했다. 이달 1일 대한민국학술원 회원들과 오찬간담회에서도 “가짜뉴스 추방”을 다시금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은 지난달 30일 이례적으로 김은혜 홍보수석 명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의 허위 선동” “가짜뉴스”를 비판했다. 지난 5일엔 대변인실이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조만간 '가짜뉴스 대응 강화' 차원의 조직 개편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대통령실과 언론 관계는 갈수록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약식 기자회견은 다시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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