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선생 ‘말씀’ 따라 ‘1인 환경 미디어의 길’ 걸어왔어요”
[짬][짬]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최병성 소장
“저는 목사입니다. 그러나 교회 일보다는 환경을 지키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환경단체에 속한 환경운동가는 아닙니다. 글과 기사를 써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일을 합니다. 그렇다고 언론사에 속한 기자도 아닙니다. 목회자도, 환경운동가도, 기자도 아닌 박쥐같은 인생을 살아온 지 벌써 24년째입니다.” “신음하는 대한민국의 강과 산과 바다를 제가 돌봐야 할 교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 누가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자칭 ‘대한민국 교회’의 담임목사라며 오늘도 전국 곳곳을 열심히 누비고 있습니다.”
올해 ‘제10회 리영희상’ 수상자인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소장이 수상 소감문에서 밝힌 ‘자기 소개서’이다. 그 자신의 말처럼, 지난 1999년 맨처음 그를 취재했을 때만해도 그는 강원도 두메산골 영월 서강변에서 움막을 짓고 홀로 명상을 즐기는 ‘은둔의 수행자’였다. 그의 말대로, 목회자도 환경운동가도 기자도 아닌 종교인이 ‘언론인의 표상’ 리영희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상을 받게된 연유는 무엇일까?
지난 3일 자택이자 연구소가 있는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최 소장을 만나 무엇이 그의 삶을 바꾸었는지 들어봤다.
신학대학원 졸업 뒤 은둔 수행하던 목사
1999년 영월 ‘서강 지킴이’로 나서
쓰레기 시멘트·4대강·새만금 등등
24년째 글과 사진으로 ‘현장 고발’
올해 ‘제10회 리영희상’ 선정…7일 시상
“대한민국 산하 돌보는 담임목사 소명”
“돌이켜보니, <한겨레>가 시작이었어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성수도원 독방에서 수행하다 서강변으로 들어간 지 5년 만인 1999년 8월, 영월군수가 하필이면 그 청정한 강변에 생활폐기물매립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어르신들뿐인 마을 주민들을 대표해 반대운동에 나섰죠. 그 과정에서 서강의 보전가치를 상징하는 한반도 모양 지형을 발견했고, ‘한겨레’에서 대서특필했어요. 그렇게 ‘서강 지킴이’로 알려지면서 환경운동에 눈을 뜨게 됐으니까요.”
그때부터 서강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생물들을 글과 사진을 통해 꾸준히 알린 그는 2007년 미디어다음의 ‘블로그 대상’을 수상했다. 그 덕분에 서강 지역은 2015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었고, 한반도 지형은 ‘대한민국 국가 명승’(제75호)으로 관광명소가 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환경 전사로 나서게 된 것은 2006년 ‘쓰레기 시멘트 문제’에 이은 ‘일본산 수입 석탄재 화력발전소와 시멘트공장’ 고발 기사를 쓰면서였다. “블로그를 통해 현장 주민들의 제보나 문의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전국적인 환경 네트워크가 생긴 덕분이었죠.”
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는 ‘4대강 지킴이’ ‘4대강 전도사’로 활약했다. <강은 살아있다>(2010)와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 4대강,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2011) 등 두 권의 책을 써냈고, 전국 시민단체와 종교계, 대학 등에서 약 300회에 이르는 강연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과 복원 필요성을 알렸다. 2014년엔 거주지인 용인에서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콘크리트혼화제 연구소가 환경영향평가서와 인허가 서류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사업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그를 공격했으나 2019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됐다. 또한 2021년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 전략’에 따른 대규모 벌목사업과 이를 둘러싼 업계의 유착을 밝혀내 부당성을 경고했다. 2002년 방조제 준공 이후 지속적으로 새만금 현장 조사를 해온 그 2020년 가장 먼저 ‘녹조라떼’ 현상을 사진으로 고발해 수질개선을 위한 해수유통 여론을 끌어냈다. 그무렵 쌍용양회(현 쌍용C&E)가 서강변에 또다시 대규모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했으나 석회암지대 특유의 물빠짐 현상으로 강물 오염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드론 사진 한장으로 입증해 무산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 모든 활동을 지금까지 ‘사비’를 들여 해왔다. “낡은 중소형 자동차와 드론 2개, 150-600㎜ 망원렌즈 카메라, 24-600㎜ 하이엔드 카메라, 24-120㎜ 표준렌즈 카메라, 그리고 노트북이 전부예요. 언제 어디서든 ‘최병성 리포트’를 써서 인터넷에 올릴 수 있으니까요.”
리영희상 심사위원회는 “수상자는 기성의 정치세력이나 활동조직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기후위기와 생태전환의 시대에 환경파괴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알리기 위해 일관된 삶을 살았다”고 그의 공적을 평가했다.
그는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에서 ‘진실을 추구하며 우상을 깨트리는 용기’를 얻어왔다”고 화답했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로써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한다’, ‘내게 글 쓰는 작업의 90%는 자료수집이었다’, ‘빙산의 일각 아래 숨어있는 거대한 진실의 덩어리를 찾아내라’ 등등, 힘들고 지칠 때마다 위로를 준 지침이거든요.”
어언 환갑에 이른 그는 언제까지 혼자서 다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사 한편을 써내고 나면 온몸의 진액이 다 빠진듯 해요. 날마다 혼자서 우상과 싸우는 전쟁터에 있는 상황이니까요. 앞으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1인 환경 미디어’를 키우는 교육 활동을 구상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이 길이 결코 멈출 수 없는 사명이라고도 했다. “2011년께 서강의 움막이 벼락을 맞아 다 타버렸어요. 그때 혼자 만을 위한 은둔 수행이 아니라 세상과 지구를 살리는 수행을 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다시금 깨달았거든요.”
2010년 작고한 고 리영희 선생의 11주기 기일(12월5일)을 즈음해 열리는 리영희상 시상식은 7일 오후 5시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진행한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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