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빨리빨리 정신’, 동물 1500마리 떼죽음 불렀나

박용하 기자 2022. 12. 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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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삽입 칩 연구 ‘뉴럴링크’ 실험 중 원숭이 등 폐사 속출
개발 가속 압박이 위험성 키운 듯…동물학대 혐의 조사 중

미국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사진)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실험을 위해 1500여마리에 달하는 동물을 해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뉴럴링크가 현재 미 농무부 감찰관으로부터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럴링크는 사람의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두뇌에 컴퓨터 칩을 삽입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반복해왔다.

앞서 동물권 보호단체 ‘책임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위원회’(PCRM)는 뉴럴링크가 동물복지법을 어기고 극도의 고통을 주는 원숭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연방정부의 조사를 요구했다. PCRM은 외과 수술에 사용되는 접착제 물질이 원숭이의 뇌를 파괴해 일부 원숭이가 죽었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은 원숭이 한 마리는 자해 또는 트라우마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북부연방검찰은 이 사건을 농무부 감찰관에게 회부했고 이후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

동물이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연구 표준이나 법을 위반하진 않는다.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 20여명은 머스크가 ‘연구 속도’를 종용하며 동물이 죽는 건수가 늘었다고 전했다. 개발 속도를 높이라는 머스크의 압박이 실험 실패로 이어졌으며, 실패해도 실험이 반복되면서 이로 인해 폐사된 동물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 직원은 올해 초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준비가 덜 됐고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은 직원들이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실험을 위한 장치 삽입 수술 직전에 변화를 줘 동물들이 죽을 위험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 수년간 직원들을 재촉하기 위해 그들의 머리에 폭탄이 묶여 있는 것처럼 상상하고 일하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더 신중한 실험’을 촉구하는 내부의 건의를 윗선에 전달했으나 ‘머스크의 요구를 감안하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증언도 있다.

직원들은 뉴럴링크가 한 번에 한 가지 변수에 대해 실험해 결론을 도출한 후 다른 실험으로 넘어가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초기 실험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빠르게 연달아 다른 실험을 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문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뉴럴링크 동물 실험으로 죽은 동물은 양과 돼지, 원숭이 등 280마리 이상을 포함해 총 1500마리로 추정된다. 다만 뉴럴링크가 실험으로 죽은 동물 수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보관하지 않아 이 수치는 추정치다. 머스크와 다른 뉴럴링크 임원은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뇌신경과학 기업이다. 뇌에 칩을 이식해 사람이 자신의 손과 발이 아닌 생각만으로 마우스, 키보드와 같은 도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품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척수 손상 등을 겪은 마비 환자의 활동을 도울 수 있다고 머스크는 설명한다. 그러나 아직 인체 실험 승인을 얻지 못했으며 올해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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