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1.5배로 늘린다는 일본…재원 조달할 방안은 ‘오리무중’

박은하 기자 2022. 12. 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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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5년 동안 ‘43조엔’
단번에 지출 15조엔 늘지만
250% 달하는 부채비율 부담
증세 불가피…여당선 난색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향후 5년 동안 방위비 총액을 43조엔(약 410조4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증세를 둘러싼 논쟁과 함께 연내에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7일 증액된 방위비 조달 방안을 두고 고위급 협의를 열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6일 보도했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에 재원 마련 방안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방위비 재원 마련 없이 예산부터 책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총리 관저에서 “2023년부터 5년간의 방위비 총액 규모를 43조엔으로 결정한다”며 연말까지 지출 계획과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에게 지시했다. 5년 단위 방위 계획인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따르면 당초 2023년까지 5년간 방위비 총액은 27조4700억엔이었다. 새 계획대로라면 방위비가 단번에 1.5배 이상 늘어난다.

증액된 방위비는 장거리 미사일 도입 등 적의 미사일 발사 거점 타격을 상정하는 ‘반격 능력’ 정비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대응해 일본의 방위력을 단번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일본 언론들은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중기방위 예산은 현행보다 15조엔(약 144조1900억원)가량 늘어난다”며 “이 정도 거액을 마련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짚었다.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는 세출 구조조정, 증세, 국채 발행, 세계잉여금 및 특별기금, 엔저로 가치가 상승한 외화 자산 활용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필요한 금액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방위비의 특성상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문가 자문기구인 유식자회의는 지난달 22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국민 전체의 과제”라며 재원 마련 방안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을 추천했다. 특히 “국채 발행이 전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채 발행을 꺼리는 것은 과거 전쟁 경험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30년대 ‘임시군사비 특별회계’를 두고 국회의 감시를 받지 않고 8년 동안 국채를 발행하며 전쟁 비용을 조달했다. 이로 인해 종전 직전 일본 정부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섰으며 전후에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현재 일본 정부 부채비율이 250%가 된다는 점도 국채 발행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결국 2027년 이후 방위력을 유지하려면 증세를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가 필요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여당의 반발이다.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증세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이날 당 모임에서 “내년부터 증세가 시작된다거나 하는 잘못된 메시지를 지방선거 전에 내는 것은 큰 마이너스”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전했다. 지방선거는 내년 4월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증세를 하더라도 2024년까지 2년 동안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론은 방위력 증액 자체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2~4일 여론조사 결과, 방위비 증액 찬성은 51%로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증세에 대해서도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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