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한 가족씩 보자”…유가족 ‘단체 면담’ 요청은 거절
기자회견서 ‘정부 비판’ 발언한 유족에겐 연락 안 취해 뒷말
전체 유가족 면담 땐 ‘장관 책임론’ 우려해 선별 접촉 나선 듯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말 장관실 직원 등을 통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 중 일부에게만 면담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안을 받은 유가족들은 “행안부 측이 ‘한 가족씩만 보자’고 했고, 여러 가족들과 함께 보자는 요청은 거절했다”고 전했다. 전체 유가족과 면담하면 이 장관 책임론이나 정부에 대한 집단적 요구가 나올 것을 우려해 선별 접촉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참사 희생자 2명의 유가족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달 22일부터 이틀간 행안부로부터 이 장관과의 면담을 제안하는 전화를 받았다.
희생자 A씨의 모친 김현숙씨는 11월22일 오후 5시26분 행안부 장관실 소속 비서관인 B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씨에 따르면 B씨는 “장관님이 만나고 싶어 하시는데 만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지금 아파서 병원 가야 하는데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튿날 B씨는 김씨에게 “어제 전화드렸던 행안부 장관실 비서관 ○○○입니다. 어머님 댁 인근 카페 등 조용한 장소에서 내일이나 모레 어머님 시간 되실 때 잠깐 뵙는 게 혹시 가능할는지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B씨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을 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장관님을 만나는데 장관실로 불러야지 웬 카페에서 만나느냐. 혼자는 싫고 유가족이 다 만나면 그때는 꼭 만나겠다. 나를 빼놓지 말고 꼭 불러달라”고 답했다.
김씨는 지난 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맨 처음에는 장관이 우리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간 이 장관의 말 바꾸기와 책임 회피 발언을 보면 만나는 게 내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희생자 C씨의 외삼촌 김진성씨도 11월23일 오전 9시49분 행안부 관계자 D씨로부터 “장관이 만나고 싶어 하는데 만날 수 있느냐. 건의사항을 들어보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C씨의 모친과 상의한 김씨는 당일 오후 2시2분에 통화를 다시 했다. 김씨가 “다른 유족과 같이 만나는 거냐”고 묻자 D씨는 “아니다. 희생자 한 명의 가족만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씨가 “왜 다른 가족과는 안 되느냐”고 묻자 D씨는 “그건 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도 다른 유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면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김씨는 “뭔가 구실을 만들기 위한 형식적인 전화였던 것은 분명하다”며 “핑곗거리를 만들기 위해 몇명한테만 전화하고, ‘만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의견이 없다’라고 해석한 것 같다”고 했다. 행안부가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유족에게는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희생자 유가족과 접촉한 B씨는 “장관님께서 직접 유가족을 만나뵙고 싶다고 해서 연락을 하게 됐다”며 “자택이나 자택 인근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유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고 예우를 갖추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을 다 함께 장관실에서 만나자고 했다는 유가족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가족 몇명한테 연락이 갔는지는 추가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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