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주는 사업자” 조사 중인 사건 결론부터 내린 공정위
현장조사 명분 세우려고 ‘사업자성’ 예단…부적절 처신 지적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화물연대에 대한 공정위의 현장조사에 앞서 화물노동자는 개인사업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가 심의를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건설노조) 사건에서 건설노동자를 사업자로 판단했으니, 화물노동자 역시 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원칙을 공정위원장이 직접 나서 깨뜨린 건데, 경쟁당국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지난 2일부터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가 화물연대 반발로 어려워지자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가 계속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은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소속된 화물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고, 유사한 건설노조 건에서도 (노조 조합원을)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언급한 건설노조 건은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비노조 사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도록 건설사에 압력을 행사하고 소속 노조원의 작업 활동을 제한한 사건을 뜻한다. 주요 쟁점 역시 노조원의 사업자성 여부다. 노동자에게는 공정거래법(부당공동행위)을 적용할 수 없다. 공정위는 건설노조의 사업자성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해왔다.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한 공정위 판단을 심의 전에 공개할 경우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공정위원장이 화물연대 현장조사에 대한 명분을 내세우려 ‘비공개’ 방침을 무너뜨린 것이다.
문제는 화물연대에 대한 사업자성 판단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제87호, 제98호 협약은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노동자를 노동3권을 보장하는 노동자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논란 중인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섣불리 결론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공정위에서 화물연대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조사 전에 사업자성을 예단했다는 것도 문제”라며 “지금 공정위의 행태는 불법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정부의 노조 대응 프로그램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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