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내줘도 “괜찮아, 괜찮아”
“하루 연차를 내고 나왔다”
영하 기온 속 뜨거운 함성
전반 4실점에도 자리 지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이 열린 6일 새벽 서울 광화문광장은 여느 때보다 간절한 응원 함성으로 넘쳐났다. ‘세계 최강’ 브라질의 벽 앞에 1 대 4로 아쉽게 패배했지만, 거리응원을 나온 시민들은 후반전 백승호 선수의 천금 같은 만회골로 마음을 달랬다.
사상 첫 ‘눈 내리는 거리응원’이었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전 4시가 되자 기온은 영하 4도를 가리켰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광장을 채운 시민들은 컵라면과 따뜻한 커피로 추위를 녹였다. 광장 한쪽에는 대형 난로가 있는 한파 쉼터가 마련됐다. 전반전이 끝날 무렵부터 눈발이 제법 날렸지만 응원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박영환군(15)은 “이른 시간 한파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나온 건 ‘나라사랑’인 것 같다”며 웃었다.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전반전에만 네 골을 내줬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브라질의 첫 골이 터지자 광장에는 옅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전반 13분 브라질의 네이마르 선수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자 “괜찮아, 괜찮아” 하는 응원 소리가 커졌다.
두 손을 모으고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전반 29분 브라질이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36분에 네 번째 실점마저 이어지자 짐을 챙겨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응원을 계속했다.
머리에 직접 만든 태극기 장식을 한 직장인 윤모씨(27)는 “16강 진출 기념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싶어서 2시간만 자고 나왔다”면서 “정상 출근을 해야 하지만 재택근무라 적당히 일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후반 31분 백승호 선수의 만회골이 나오자 광화문광장은 결승골을 넣었을 때 못지않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고민성군(18)은 “기다리던 한 골이 터졌다”며 “원정 16강이라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좋은 성적이고, 축제처럼 즐기러 왔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만회골 이후로 경기 흐름이 살아났지만 1-4라는 점수를 뒤집지는 못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시민들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도영씨(24)는 “도중에 집에 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백승호 선수의 팬이라 만회골이 더욱 기뻤고, 골이 들어갔을 때 ‘아, 내가 이걸 보러 나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서 온 직장인 서현우씨(26)는 “거리응원을 하러 하루 연차를 내고, 근처에 숙소도 잡았다”며 “실점이 많았고 실력차도 보였지만 한 골을 만회했고, 후반전은 우리가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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