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최고야” 4년간의 긴 여정…한국대표팀 감독 계약 끝난 벤투
월드컵 본무대서 후련한 마무리
“대표팀 이끈 경험, 평생 기억할 것”
손흥민 “많은 것을 배웠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으로 4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한 파울루 벤투 감독(53·사진)은 6일 브라질과의 16강전이 끝난 후 계약 종료 사실을 전하면서 “한국 대표팀을 이끈 경험을 평생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 부임 기준 역대 최장수 대표팀 감독인 그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마지막은 모두와 ‘뜨거운 안녕’으로 후련한 마무리를 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직후 한국 축구대표팀에 부임한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도입, 처음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착화된 전술, 그리고 바뀌지 않는 선수 기용 등으로 한계를 보이면서 조금씩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 9월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코스타리카,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이강인(마요르카)을 1분도 기용하지 않으며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들어와 전술에 한층 유연함을 가미하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깜짝 놀라게 했고, 쓰지 않았던 이강인도 최종 엔트리에 뽑더니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까지 4경기에 모두 투입하는 반전까지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 작별에서는 “우리 선수들은 정말 훌륭한 실력을 보여줬다. 만족스럽고 자랑스럽다. 이번 16강전에서도 우리의 게임 스타일을 잘 보여줬다. 내가 함께 일했던 선수 중 최고”라며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애정을 숨김 없이 다 드러냈다.
재임 기간 내내 외부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던 벤투 감독이지만, 그와 한솥밥을 먹은 선수들은 그에 대한 신뢰를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다. 선수들은 벤투 감독이 떠난다는 소식에 아쉬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브라질전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4년 동안 감사하다는 인사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하는지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의심했지만 결국엔 월드컵에서 우리가 좋은 모습을 보이니 박수를 쳤다. 감독님은 항상 선수들을 보호하고 또 생각했다. 감독님이 온 뒤 주장을 맡았는데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별이) 너무 아쉽지만, 감독님의 앞날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중앙 수비수 김영권(울산)도 벤투 감독과 함께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영권은 “4년 동안 벤투 감독님과 오래 준비하며 보완할 여유도 있었고 안 좋은 상황을 좋게 만드는 걸 배우기도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4년 동안 다들 너무 고생했고,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그 여정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고맙다’고 했다”고 벤투 감독이 라커룸에서 한 고별 메시지를 전했다. 미드필더 정우영(알사드)은 “4년을 돌아보면 매 순간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중심을 잡아주고 흔들리지 않게 해줬기에 여기까지 왔다”며 벤투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도하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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