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르다” 4년 후 북중미 월드컵 도전 의지 내비친 ‘투혼의 주장’
‘마스크 투혼’ 진한 감동 안겨
“필요할 때까지 최선 다할 것”
태극마크에 100% 열의 표해
골은 없었지만 진한 감동을 남겼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30·토트넘·사진)은 축구 이상의 여운을 남겼다.
개막 전 큰 부상으로 출전조차 어려울 것으로 여겼으나 ‘마스크 투혼’을 자처하며 대표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그의 굳은 의지 속에 한국 축구는 12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큰 기쁨을 누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53)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 카타르 도하의 구칠사(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1-4로 졌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도하의 기적’을 만들어 16강 막차를 탔지만 세계 최강 브라질의 벽까지 넘지는 못했다.
무기력한 패배에 고개를 떨군 손흥민은 그만 눈물을 쏟아냈다. 축구 선수로 최전성기에 접어든 그는 생애 세 번째 꿈의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게 억울할 법했다. 손흥민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굿바이 인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는 지난달 2일 유럽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충돌해 왼쪽 눈 주위가 네 군데나 골절됐다. 회복에만 3개월 이상이 필요한 큰 부상이라 월드컵 출전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에게 포기는 없었다.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그는 얼굴을 보호하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본선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을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가벼운 부딪침에도 통증을 느끼는 그가 공중볼 경합에 나서거나 마스크를 잠시 벗고 달릴 땐 주변에서 말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손흥민은 “(몸 상태가) 좋아진 게 아니라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라도 해야 하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부상 투혼이 가장 빛난 것은 역시 포르투갈전이었다. 한국이 1-1로 맞선 종료 직전 놀라운 드리블 돌파에 이은 절묘한 패스로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결승골을 도운 장면은 카타르 월드컵의 백미였다. 비록 그는 자신이 출전한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단 1골도 넣지 못했지만, 이 어시스트로 한국 축구는 다시 한번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손흥민은 이제 4년 뒤 월드컵을 바라본다. 축구 선수로 34세는 충분히 현역으로 뛸 수 있는 나이다. 일각에선 손흥민이 2024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릴 아시안컵에서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4번째 월드컵을 향해 내달릴 각오다.
손흥민은 “내 능력이 돼야 한다”며 “국가대표로 제가 필요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이 한 몸을 바칠 생각이 분명히 있다. 4년 동안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그 시간 동안 잘 생각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이 필요로 할 때까지 뛰겠다는 손흥민의 태극마크에 대한 사랑은 100% 진심이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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