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우리 뜨거웠잖아
파울루 벤투 감독(53)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전은 6일 카타르 도하의 구칠사(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1-4 패배로 마감됐다. 하지만 8강 진출 실패를 탓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박수와 격려가 이어졌다. 세계 강호와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며 16강 진출의 결과를 냈고, 미래의 희망도 봤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맞아 고전했다. 조별리그에서 치열한 경기를 펼치며 주전들의 체력 저하가 눈에 띄었다. 브라질 선수 하나하나가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데 몸놀림까지 차이가 나면서 전반에만 4골을 허용했다.
그래도 태극전사에게 포기는 없었다. 마스크를 쓴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은 공중볼을 향해 몸을 던졌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후반 20분에 교체 투입된 백승호(25·전북)가 11분 만에 짜릿한 중거리슛으로 만회골을 터뜨려 영패를 면할 수 있었다. 한국은 브라질 벽에 막혔지만 이번 대회에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3번째 16강 진출의 성과를 냈다. 벤투 감독이 2018년 8월 부임한 이래 4년간 갈고닦은 ‘빌드업 축구’가 확실히 뿌리내린 덕이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는 이 축구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 무대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혹평에 시달렸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남미와 유럽 강호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서 경기를 주도하며 0-0으로 비기더니 H조 최강 포르투갈을 맞아 2-1 역전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따냈다.
벤투호, 브라질 벽에 8강 막혔지만
12년 만의 16강 진출 성과 남기고
꺾이지 않는 투지로 ‘희망’ 선사
4년 갈고닦은 ‘빌드업 축구’ 결실
조규성·백승호 등 샛별들 발굴도
벤투호는 강팀과 맞붙어도 주눅 들지 않았고, 패스로 만들어가는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세계 무대에 보였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샛별들도 발굴됐다. 한국 최초로 월드컵 한 경기 멀티골을 터뜨린 골잡이 조규성(24·전북)과 교체로 출전할 때마다 경기 흐름을 바꾼 미드필더 이강인(21·마요르카), 그리고 브라질전에서 데뷔전 데뷔골로 한국의 자존심을 지킨 백승호가 대표적이다.
16강에서 멈춘 한국 축구는 이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벤투 감독이 이 경기를 끝으로 계약이 종료돼 이별을 고한 터라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새 감독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갈고닦은 축구를 업그레이드한다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선 더 높은 곳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여정을 마치고 7일 오후 귀국한다. 선수단 중 정우영(알사드)과 김승규(알샤바브), 독일파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제외한 전원이 벤투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함께 귀국해 국내에서 환영행사 등 일정을 소화한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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