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즐거웠다”… 밤새 뜨거웠던 광화문 [밀착취재]

남정훈 2022. 12. 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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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전의 기적을 지켜본 뒤 이후부터 나올 경기 결과는 상관없습니다."

6일 새벽 서울 광화문광장은 흩날리는 눈발과 영하 3도의 추위에도 '붉은악마'의 뜨거운 응원 열기와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내일 수업이나 다른 일정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전공 수업이 있긴 한데 수업 한 번 빼먹죠 뭐. 월드컵 거리응원 경험보다 더 값진 수업이 또 있을까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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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 거리응원 현장
영하권 강추위에도 2여만명 몰려
페이스 페인팅·코스튬… 축제 방불
“이보다 더 값진 경험 있을까요”
전반 패색에도 끝까지 자리지켜

“포르투갈전의 기적을 지켜본 뒤 이후부터 나올 경기 결과는 상관없습니다.”

6일 새벽 서울 광화문광장은 흩날리는 눈발과 영하 3도의 추위에도 ‘붉은악마’의 뜨거운 응원 열기와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지켜보기 위해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목 터져라 “대∼한민국”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경기 시작 6시간 전부터 시민들은 담요와 핫팩, 패딩으로 중무장한 채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5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붉은악마 머리띠에 태극기를 몸에 두른 이들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곤룡포나 포졸복, 전투복 등 다양한 코스튬도 눈에 띄었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전반에만 4골을 허용하며 일찌감치 패색이 짙어지고, 후반 들어 눈발이 거세졌지만 시민들은 “한 골만!”을 간절히 외쳤다. 후반 31분 백승호의 만회 골이 터지자 광장을 집어삼킬 듯한 함성에 이어 “오∼필승 코리아∼!”가 울려 퍼졌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며 한국의 1-4 패배가 확정됐지만, 시민들은 손뼉을 치면서 “대∼한민국!”을 다시 외쳤다.

이날 거리응원엔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었다.

박슬기(30)씨는 “경기가 끝난 뒤 바로 출근할 예정”이라면서 “결과는 상관없다. 정말 잘해준 선수들을 많은 사람과 응원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모(29)씨는 “6일 연차를 쓰겠다는 동료들이 꽤 많아 제비뽑기로 연차 쓸 사람들을 뽑았는데, 운이 좋았다. 열심히 응원하고 집에 가서 편히 쉴 생각”이라면서 “2002년 월드컵 때는 초등학생이라 거리응원도 나오지 못했는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으로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대학생 김모(22·여)씨는 “평소 축구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는데, 지난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을 보고 짜릿한 감동을 받았다. 오전 1시쯤 와서 기다렸다. 추운데 안 춥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내일 수업이나 다른 일정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전공 수업이 있긴 한데… 수업 한 번 빼먹죠 뭐. 월드컵 거리응원 경험보다 더 값진 수업이 또 있을까요?”라며 웃었다. 고등학생 전민규(16)군은 “한국이 오랜만에 16강에 진출해서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와 함께 나왔다. 졌지만,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응원에는 경찰관 65명과 기동대 6개 부대(380여명), 특공대 20명이 배치돼 인파를 관리했다. 응원구역을 나눠 밀집도를 낮췄고, 보행로에서는 멈춰 있는 인원이 없도록 경찰이 끊임없이 시민들을 지도했다. 서울시도 거리응원의 뜨거운 열기에 발맞춰 지원에 나섰다. 심야버스 전 노선을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광화문광장 일대에 집중 배차했고,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지하철 2·3·5호선을 각각 2회씩 추가 운행했다. 영하의 날씨에 거리 응원이 열리는 만큼 한파대피소도 6개동을 운영했다.

남정훈·이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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