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만에 누명 벗은 박화춘 할머니

(앵커)
자녀들에게 피해가 갈까 우려돼 70여 년 간 4·3 피해자임을 숨겨온 박화춘 할머니가 오늘(6) 직권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4·3 희생자 결정을 받지 않은 수형인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건 박 할머니가 처음입니다.

권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랜 세월 마음속에 묻어뒀던 한을 꺼내놓으며 눈물을 훔치는 제주4·3 생존 희생자 박화춘 할머니.

21살의 나이에 군법회의에 회부돼 내란죄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10개월간 이어진 수형 생활의 절반 이상은 딸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박화춘 할머니 / 제주4·3 생존 희생자
"거꾸로 매달아서 닦달하니까 (무장대에) 보리쌀 두 되 줬다고 말했습니다. 자녀 앞에선 창피해서 말도 못했습니다."

연좌제 우려와 창피함에 4·3 피해 사실을 신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희생자로 인정받지 않은 만큼, 합동수행단은 최초로 4·3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의해 직권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변진환 /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할머니 잘못한 거 없습니다. 재판장님, 피고인이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장찬수 /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재판장)
"다음과 같이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은 무죄."

할머니는 74년 만에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긴 세월 맺힌 가슴속 응어리를 1백 살을 바라보는 지금에야 풀 수 있게 된 할머니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박화춘 할머니 / 제주4·3 생존 희생자
"너무 고맙고, (그 동안) 할 말이 많아도 할 수가 없으니까...고맙습니다."

권민지 기자
"이로써 박화춘 할머니는 조금이나마 한을 풀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신고조차 못한 희생자도 적지 않아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진상조사 작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JIBS 권민지입니다."

영상취재 강효섭

JIBS 제주방송 권민지(kmj@jibs.co.kr) 강효섭(muggin@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