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오래 사세요”… 92세 김성수 주교 “너나 오래 살아라”
“부끄럽습니다. 이런 일은 내가 죽고 난 다음에 하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성경에 ‘모든 사람에게 칭찬 받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고 했는데, 저는 몹시 불행할 거 같아요. 앞으로는 저에게 칭찬보다는 책망을 해주세요.”
대한성공회 김성수(92) 주교를 존경하는 93명의 글 모음집 ‘우리 마음의 촌장님’ 출판기념 북 콘서트가 6일 오후 서울 정동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손학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강지원 변호사, 김원 건축가 등 필진과 성공회 사제와 신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방송인 이금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북 콘서트에서 김 주교는 “부끄럽다” “나는 한 일 없다. 다 여러분들이 한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로 불리는 이정호 신부는 “김 주교님께 ‘약한 사람 거들기’를 배웠고 한센인,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28년을 지낼 수 있었다”고 했다. 가수 윤형주(75)씨와 배우 윤여정(75)씨는 1960년대 말 ‘세시봉’ 멤버들과 토요일마다 인천교회로 ‘쳐들어간’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윤형주씨는 “저희는 당시에 외로웠다. 주교님이 우리를 품어주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품을 파고든 것”이라며 “갈 때마다 미리 냉장고를 채워놓으시고 마음껏 떠들고 노래하도록 배려하셨다. 한번도 ‘교회 나오라’고 안 하셨고, 심지어 노래 신청도 안 하셨다”고 회고했다. 자신을 김 주교의 ‘양딸’이라고 말한 윤여정씨는 “김 주교님은 항상 말이나 설교로 감동을 주신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성직자는 이런 분’이란 것을 보여주셨다”며 “살아계셔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래 사세요”라는 윤여정씨의 덕담에 김 주교는 “너나 오래 살아라”라며 유머로 받았다.
김 주교는 서울교구장과 초대 관구장을 지냈다. 발달장애인 학교인 성베드로학교 교장을 지냈고, 2000년엔 유산으로 받은 강화도 온수리 땅을 기증해 발달장애인 일터인 ‘우리마을’을 설립하고 ‘촌장’을 자처하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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