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1개당 5분도 안봤다 … 여야 정쟁에 '날림심사' 난무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2. 12. 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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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둘째)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둘째) 등 여야 원내 지도부가 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회의실에서 '3+3 협의체' 협상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내년도 세제 개편안을 논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가 올해 법안을 검토하는 데 들인 시간이 법안 1개당 평균 5분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서 지각 출범한 조세소위가 '밀실' 협의까지 자행하면서 세법을 날림 심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법인세 인하에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先)통과 후(後)시행' 방식의 중재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돼 최종 결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국회회의록과 회의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조세소위는 6번 열려 총 1431분간 회의를 했다. 올해 소위에 상정해 논의한 법안 수는 총 315개로, 법안 1개당 평균 논의 시간은 4.5분에 불과했다. 올해 조세소위는 여야가 소위 구성을 놓고 싸우면서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은 지난달 21일에야 겨우 첫 회의가 열렸다. 이마저도 정쟁만 거듭한 끝에 예정된 일정대로 회의를 진행하지 못한 채 파행을 반복하며 회의 시간만 허비했다.

지난해에는 조세소위가 총 7차례 열려 240개 세법 개정안을 총 1931분간 논의했다. 법안 1개당 논의 시간은 평균 13.8분으로, 올해보다 3배나 더 긴 시간을 법안 심사에 투입했다. 심사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한 결과 지난해에는 법정시한 안에 소위에서 모든 협의를 마무리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세소위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 의원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소위에서 지금까지 조세소위의 논의 흐름을 뒤집는 내용들이 마구 만들어지고 있다"며 "아무런 법적 자격도 효력도 없는 밀실 협상 테이블에서 만들어낸 괴상한 안으로 간사 간 합의이니 존중하라고 강변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특히 올해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여야 대립이 첨예한 세제 개편안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여야는 이 같은 쟁점 법안들에 대해 조세소위에서 결론을 못 내고, 소소위에서 간사 간 합의 후 이를 조세소위에서 추인받는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쟁점 법안들이 소소위 논의에서조차 합의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이날 소소위에서 합의한 내용을 조세소위 추인을 거쳐 기획재정위 전체회의를 열고 세제 개편안 심사안 처리를 시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소소위 협의가 장기화하면서 이어지는 회의들도 개최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소위 소속 한 의원은 "간사끼리 협의해왔으니 다른 의원들에게 동의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이런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세제 개편안도 상임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원내 지도부 간 협의로 넘어갔다. 이런 가운데 김진표 의장이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선통과, 후2년 유예'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재안은 정부안대로 법인세를 현행 25%에서 22%로 낮춰 통과시키되 시행 시기는 2년 유예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이 부자 감세 사례로 지목한 종부세·가업상속공제·금투세 등은 절충점을 찾은 가운데 법인세 중재안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쪽에선 현재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려 아직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의 경우 공시가 6억원인 종부세 기본공제(1가구 1주택은 11억원)를 12억원 수준으로 인상해 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투세도 도입을 2년 유예하는 대신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정부안인 100억원보다 낮춰 10억원 선에서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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