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관저정치
밤에, 휴일에 대통령이 누굴 만나는가. 정가의 영원한 관심사다. 관저에서 세상 얘길 나누는 이가 대통령 복심도 가장 잘 읽고 움직일 거라 보는 것이다. 박철언(노태우)·김현철(김영삼)·박지원(김대중)·유시민(노무현)·이재오(이명박), 민간인 최순실(박근혜)과 정권 초의 김경수(문재인)도 그런 위치였다. 왕의 남자와 숨은 실세로 불린 이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회동 뉴스가 이어진다. 지난달 7일 입주한 용산 관저 첫 손님은 사우디 왕세자(17일)라 했고, 공개된 첫 만찬은 여당 지도부(25일)였다. 그러나 세간엔 지도부보다 사흘 앞서 ‘윤핵관 4인방’(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과 한 비공개 만찬이 더 회자된다. ‘집들이’ 표현과 ‘부부 회동’ 형식부터 남다른 거리를 느끼게 했다. 30일엔 친윤 당권주자 김기현의 3시간 독대와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심야회동이 있었고, 이달엔 한·미 군 수뇌부와 종교계 원로 초대도 이어졌다. 그 후 여당엔 ‘2~3월 전대’, ‘MZ세대·수도권 대표론’, ‘당권주자 면접설’이 움텄다. 다들 진원지는 관저 회동으로 본다. 당권주자인 나경원은 6일 “특별한 분들만 가는 것 같다. 갔다 와야지 낙점된다고”라고 했다. 개인적인 희망과 당혹감이 섞인 말이다.
대통령의 관저정치는 기밀성과 메시지가 주목받는다. 안가(安家)든, 청와대든, 한남동 언덕이든 다를 게 없다. 무얼 먹었는지, 술도 있었는지, 독대였는지, 만난 시간도 얘깃거리다. 그렇게 임기 초 관저 회동은 여의도에서 ‘윤심’과 실세의 척도가 됐다. 과거와 다른 건 극소수만 알 비공개 회동이 너무 빨리 알려지는 점이다. 대통령이 원할 때도 있고, 그게 아니면 십중팔구는 참석자 입에서 흘러나온다.
한동훈 법무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난 3일 관저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 장관은 유달리 뒷말이 많다. 이태원 참사 문책과 국정조사의 초점이고, 그 문제로 예산국회까지 파행했다. 그런 시점에 “장관 하나 못 지키느냐”고 여당에 불만 표하던 대통령이 관저 회동으로 힘 실어준 격이다. 여권 내부나 경찰 수사엔 또 다른 지침일 수 있다. 관저정치의 독은 잘못된 메시지를 내거나 ‘예스맨’만 만나 민심과 멀어지는 것이다. 모두 대통령 하기 달렸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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