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로 넘어간 ‘개정 교육과정’…자유민주 유지·성평등 제외(종합)
보건 교과 ‘성·생식’ 용어 중 ‘생식’ 삭제
역사 교과 자유민주주의·민주주의 혼용은 유지
국교위, 회의 개최…여러 한계 속 심의 진행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지난달 9일부터 20일간 진행된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 기간 동안 약 1600건의 의견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 관련 용어에 대한 국민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 기간 동안 개인 1515건, 단체 59건 등 국민 의견 1574건이 전자우편·팩스·우편 등의 방식으로 접수됐다고 6일 밝혔다. 국민의견 중 성 관련 용어에 대한 의견은 1363건에 달했다. 자유민주주의·민주주의 용어 혼용 등 역사 교과에 대한 의견은 79건이었으며 나머지는 총론·국어·수학 등과 관련 의견이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심의회 등 기구를 열고 이번 행정예고 기간에 접수된 의견 중 일부를 받아들여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상정하는 수정안(국교위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현행 ‘학교자율시간 최대 확보 시간 68시간’을 삭제하고 학교급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학기별 1주의 수업시간을 확보·운영하도록 했다. 또 고등학교 한국사에서 전근대사 비중 16%로 지나치게 낮다는 국민 의견을 받아들여 전근대사 성취기준을 기존 6개에서 9개로 조정했다.
다만 국민 다수의 관심사였던 실과·보건 교육과정의 성 관련 용어와 역사 교과의 자유민주주의·민주주의 혼용은 국교위안에 반영되지 않고 사실상 행정예고안 그대로 유지됐다. 성 관련 용어의 경우 보수적 색채를 띄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국민의견에는 성평등과 같은 용어의 삭제 등을 요구하는 의견과 행정예고안 이전 안에 있던 ‘성평등’, ‘성소수자’ 용어의 명시를 요구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교육부는 이번 국교위안 중 보건 교과에서 ‘성·생식 건강과 권리 및’이라는 용어를 ‘성 건강 및 권리’라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이는 그간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생·생식 건강과 권리’라는 표현이 낙태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수정된 부분으로 보인다. 이번 국교위안의 경우 행정예고안보다 더 보수적 표현이라는 게 교육계의 반응이다.
역사 교과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를 혼용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했으나 교육부는 국교위안에서 이번에 발표한 행정예고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헌법·법률·역대 교육과정·현행 교육과정·국민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시대상과 역사적 맥락에 맞게 자유민주주의 또는 민주주의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의 용어를 함께 사용하는 행정예고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국교위 상정안이 마련됨에 따라 이제 공은 심의·의결의 기능이 있는 국교위로 넘어갔다. 국교위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회의를 열고 국교위안에 대한 심의한다. 국교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국교위안을 심의하고 향후 심의·의결 일정을 논의하게 된다. 이번 교육과정 최종안을 교육부 장관이 오는 31일까지 고시해야 함에 따라 국교위는 최대한 일정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단체 등은 국교위의 심의·의결에 제 역할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국교위 회의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중 선전전을 열고 2022 개정 교육과정안에 대한 국교위의 책임 있는 심의·의결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생태전환교육과 노동교육을 총론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묵살했다”며 “국교위의 책임 있는 교육과정 심의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교위는 4차 회의를 열고 교욱부로부터 개정 교육과정 수정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심의를 진행했다.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은 “위원들은 모든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2022 개정 교육과정 관한 심의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위원 간의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데다가 위원 구성 자체가 정파적 색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2차 회의에서 “오는 15일까지 국교위에서 심의·의결한 안이 교육부로 넘어와야 법정 기한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 10일 정도의 시간으로 사회적 갈등이 큰 교육과정에 대한 심의·의결을 마쳐야 하는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합의를 이뤄야 할 위원들간의 정파적 색채가 다른 점 역시 원만한 합의를 힘들게 하는 장애물 중 하나다. 국교위 위원은 국교위법에 따라 대통령 추천 위원 5명, 국회 추천 9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된다. 정치권에 추천을 받다보니 정파성이라는 한계를 가지게 된다. 실제로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서도 보수 성향의 한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었던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고 진보 쪽 위원은 “자유민주주의·성소수자 등 용어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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