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지한 부친 “이태원 참사 유족, ‘마약 부검’ 얘기 거의 다 들었다”

희생자 이지한씨 父 이종철씨, YTN 라디오서 “전국적으로 똑같은 부검 얘기? 계획된 것”
“정부 지원 약속, 여태껏 아무 연락 없어. 국민의힘은 유족 면담 중 졸고 휴대폰 하다 나가” 주장도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울먹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인 배우 고(故) 이지한씨의 부친 이종철씨가 대다수의 유가족들이 참사 희생자의 마약 관련 부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6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한 이씨는 경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 마약 관련 부검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관해 “저도 그 얘기를 들었다”며 “아마 제가 알기론 유가족들 거의 다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희생자 87명 유가족으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 준비모임의 일원으로, 다수의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소통 중이다.

이씨는 “(참사 직후) 경찰들이 처음에 와서 하는 얘기가 조서를 꾸려야 하고 부검을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며 “그래서 ‘아니, 사인이 압사 아닙니까?’ 했더니 확실치 않다면서 마약 관련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 회상했다.

이어 “제가 알기로 희생자 세 분의 유가족이 부검했는데, 그중 제가 아는 분은 한 달이 넘도록 부검 결과가 안 나오고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부검을 전국적으로 똑같은 얘기를 했다는 건 계획된 거라고 본다”고 의심했다.

또 이씨는 정부가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제대로 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저희는 중대본에서 연락받은 것도 없고, 소통을 전혀 안 했는데 자기들은 할 것 다했다고 해체했다”며 “유가족 지원단이라고 만들었다기에 답답해서 저희 유가족들 중 한 분이 전화를 해 ‘지원단에서 우리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뭐냐’ 하니까 아직 계획된 것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씨는 지난 1일 국민의힘 측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유가족과 면담에 불참한 상황에 대해서 “유가족들이 각 당에 국조특위 면담을 요청했고, 국민의힘 소속 간사인 이만희 의원도 이를 접수해 민주당과 협의해서 일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며 “불참한다는 연락은 직접 받은 게 아니라 민주당을 통해서 받았다”고 말했다.

유가족과 국민의힘 측의 마지막 만남으로 알려진 지난달 21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면담에 대해서도 “국회에 도착했을 때부터 ‘억지로 나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유가족분들이 말씀을 드리고 있는데 졸고 계시고, 휴대폰 하시고, 그리고 말씀 중에 언성이 높아지니까 밖으로 나가시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저희들하고 얘기할 때는 정부와 얘기해서 하나하나 다 살펴보겠다고 하면서 눈물까지 흘리셨다. 좋은 분이구나 생각했다”면서 “다음 날 당 연설에 가셔서 ‘어제 만난 유가족들이 158명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시기에 ‘우리가 또 바보처럼 이용만 당했구나’ 하면서 너무 실망을 했었다”고 전했다.

전날 이태원 참사의 핵심 피의자로 꼽혔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서는 “그동안 당연히 (경찰) 한 쪽만 보고 있었다”며 “그런데 검사도 있었다는 걸 깜빡했구나. 다 같은 편이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