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강에서 멈춘 여정, 그대들이 있어 행복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도전을 마무리했다. 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월드컵 16강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에 1-4로 패하며 이번 여정을 마쳤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진 못했지만, 한국 축구는 이미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12년 만에, 사상 두 번째로 해외 월드컵에서 16강에 드는 목표를 달성하며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다. 대표팀 선수 26명 전원이 주장 손흥민 말대로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는 투지를 펼쳐보였다. 끝나는 순간까지 땀 쏟은 선수단에 큰 박수를 보낸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 마주한 최종전의 결과는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아쉬움은 그 경기의 스코어뿐이다. 한국 선수들은 부상과 체력 고갈의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전반전에 네 골을 허용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었다. 선수들의 고투는 우루과이·가나·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사력을 다했음을 보인 것이라 더 뭉클했다. 이런 과정을 팬들이 너무나 잘 알기에 브라질전 결과에 상관없이 대표팀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 것이다. 현장의 한국 응원단, 강추위에도 광화문 거리응원에 나선 3만명, 새벽잠을 잊고 중계를 지켜본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외친 이유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 때 16강에 못 오른 뒤 땅을 치고 통곡했던 손흥민 선수는 이번에도 울먹였다. “응원과 기대에 미치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소셜미디어에 ‘죄송 금지’라는 말이 금세 퍼져나갔다. 힘든 상황에서 고생이 많았음을 알고 있으니 미안해하지 말라는 팬들의 메시지였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매 경기 풀타임 출전한 손 선수에겐 국민들이 미안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선수단은 자랑스럽게 싸웠고, 온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월드컵은 경험을 쌓는 무대가 아니라 실력을 증명하는 자리라고 했다. 한국은 카타르에서 계속 발전하는 축구 강국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세계 강호들과의 격차를 확인하며 다음 월드컵에선 더 큰 목표를 내걸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다. 이강인(21)·조규성(24)·백승호(25) 등 미래 세대를 발굴한 것도 수확이다. 그러나 4년에 한 번 타올랐다 사라지는 반짝 관심만으로는 미래의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선수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만 기대서도 안 된다. 4년 후를 바라보는 더 나은 발전 방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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