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의 신원조사 강화, 정치 불개입 원칙 되돌릴 셈인가
국가정보원이 업무규칙을 개정해 신원조사 권한과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지난달 개정한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은 3급 이상 공무원으로 정의됐던 국정원 신원조사 범위를 정무직, 고위공무원단,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른 3급 상당 이상 계급으로 넓혔다. 또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통령비서실장으로 하여금 국정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정원은 고위공직자 검증을 강화함으로써 대통령 인선을 보좌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이 평판 조회를 명목으로 정치인·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섬으로써 또다시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입장자료를 내고 “국정원 신원조사는 목적·대상·방식 등에 대한 엄격한 법적 요건하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사찰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원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국정원 직원이 “효율적인 신원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사자 또는 관계인에게 관련 진술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은 충분히 정치 개입 우려를 살 만하다. 국정원 직원이 자신의 판단으로 검증 대상에 오른 공직자와 민간인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국정원은 직원들이 정부 부처와 언론사 등을 드나들며 수집한 정보들을 ‘존안자료’로 보존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런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상한 일은 이뿐이 아니다. 국정원은 최근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 때 핵심 보직을 맡았던 2·3급 간부 100여명을 대기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훈 전 원장 때 중용했던 대북업무 담당 인력과 박지원 전 원장 시절 핵심 직위에 있던 호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보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앞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1급 간부를 전원 퇴직시킨 바도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인사 바람이 부는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때 북한 및 해외 정보 전문 기관으로 거듭난다고 선언했다. 국내 정치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며, 인물평판 수집을 포함한 국내 정보 수집을 중단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약속을 깨는 듯한 모습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국정원이 또다시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다. 시민은 이 같은 퇴행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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