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대형 카페가 더 쓰는데” 제주서 보증금제 보이콧
제주·세종시 시작부터 ‘삐걱’
제주 전체 카페 10%만 대상
인력 적은 프랜차이즈 중심
“형평성 잃은 제도” 반발 나와
세종시는 대다수 매장 시행
환경부, 종합 실태조사 계획
6일 오전 제주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하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 중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이 카페는 정부가 지난 2일부터 제주도와 세종시 일부에 한해 시행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이다. 점주 A씨는 “보증금제가 환경을 위한 정책이고,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면서도 “그러나 혼자서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데 일회용컵 회수부터 세척, 보관 등까지 도맡아 처리해야 하니 일거리만 늘어나는 데다 특히 일부 매장만 대상이 됐다는 점이 불만”이라고 말했다.
전국 처음으로 제주에서 시행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하면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환할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지난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12월2일로 연기됐고, 지역도 제주와 세종으로 한정됐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대상 지역을 축소하고 교차 반납을 막는 환경부 정책은 제도 취지와 반대되는 조치”라고 비판하면서 전국 시행을 요구하는 중이다.
대상은 ‘전국에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갖고 있는 프랜차이즈’로 다시 좁혀진다.
제주의 경우 전체 3300여개 커피전문점 중 349곳이 대상이다. 전체 카페의 10% 수준이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30~160곳의 매장이 지난 2일부터 보증금제 참여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판매하고, 인력을 적게 쓰는 매장이 주로 반발하고 있다.
참여 거부 매장 업주들은 보증금제가 전체 카페의 10%만 시행되는 점, 관광지 특성상 더욱 많은 일회용품을 소비하는 대형 카페가 제외된 점 등을 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바코드 스티커를 수작업으로 붙이고 좁은 매장에서 냄새나는 컵을 보관하는 등 각종 업무를 떠안아야 한다”면서 “특히 보증금제 시행 매장이 적다 보니 자연히 소비자는 미시행 매장으로 옮겨갈 것이고, 제도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보증금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놨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적용 매장이 적고 교차 반납이 어렵다 보니 소비자의 입장에서 반납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져 제도의 취지인 일회용컵 회수율과 재활용률의 괄목할 만한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일회용컵 수요가 많은 대형 음료전문점이 빠진 점 역시 제주의 현실과 제도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컵 회수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대상 카페에 무인 간이회수기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공공반납처 36곳을 마련했다”며 “버스정류장 등에도 조만간 공공반납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73개 매장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인 세종시의 경우 대부분의 매장에서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아직 전체 조사를 실시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매장을 제외한 대다수 매장이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업소 대표 모임 등의 공식적인 반발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주를 중심으로 보증금제 시행을 거부하는 매장이 나타나고 있어 제주와 세종 지역의 종합적인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미라·윤희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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