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사벽’ 브라질 클래스... 온몸으로 막아도 뚫렸다
6일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1대4 패배를 알리는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한국 선수들이 두 손을 무릎에 짚고 동상이 된 듯 굳었다. 경기 내내 온 힘을 쏟은 탓이었다. 그라운드로 달려나온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한 명씩 안아주면서 격려를 해주고 나서야 선수들은 발걸음을 뗐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남김없이 뛰어 후회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너진 전반, 만회한 후반
전반전 한국 수비진은 브라질이 주고받는 패스 몇 번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전반에만 4골을 허용했는데, 그중 3골이 전부 페널티 박스 안쪽 공간을 내주면서 이어진 실점이었다. 전방 공격수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레알 마드리드), 히샤를리송(25·토트넘)이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한 골씩 넣었다. 중원의 루카스 파케타(25·웨스트햄)가 1골을 보탰다. 경기 내내 화려한 발재간을 선보인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도 페널티킥으로 1골을 넣었다.
영국 BBC에서 축구 분석가로 활동 중인 크리스 서튼은 “이 경기는 전반에만 8대0이 됐을 수도 있고, 그랬어야 하는 경기였다”며 한국의 전반을 혹평했다.
분위기를 바꾼 건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었다. 후반이 시작하자마자 손흥민이 뒤에서 날아오는 공을 향해 달려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다.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이 브라질 골키퍼의 손끝에 아슬아슬하게 맞고 코너킥을 얻어내면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 뒤로 비등비등해진 후반 22분엔 한국이 한 번에 슈팅을 연거푸 3차례나 시도했다.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 흘러나온 공을 골대 왼쪽을 노려 강하게 슈팅했다.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문 바로 앞으로 튕겨 나온 공을 손흥민이 두 번 찼지만 전부 수비수에게 막혔다. 브라질 입장에서는 가슴 철렁거릴 만한 순간이었다.
◇백승호의 ‘원더골’
밀어붙인 끝에 마침내 골이 터졌다. 교체로 투입된 백승호(25·전북)가 후반 31분 페널티 박스 정면으로부터 약 여섯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논스톱으로 걷어찼다. 공은 빨랫줄처럼 뻗어나가 브라질의 오른쪽 골대에 꽂혔다. 브라질 주전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30·리버풀)의 이번 대회 클린 시트(무실점 경기)를 끝낸 멋진 슛이었다.
25세의 백승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10대를 보내고 스페인, 독일 무대를 거쳐 지금은 전북 현대에서 기량을 뽐내고 있다. 백승호의 섬세한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는 한국 선수 중에서도 손꼽힌다. 그는 이강인(21·마요르카), 조규성(24·전북)과 함께 한국 축구를 이끌어나갈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은 가장 먼저 경기장 한편에 있던 한국의 응원단에게 찾아가 박수와 함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브라질 팬들이 가득 메운 경기장에서 ‘일당백’의 응원 소리를 내던 한국 팬들이었다.
주장 손흥민은 “죄송스럽다는 말밖에 드릴 것이 없다”면서도 “선수들이 노력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선을 다해 뛴 만큼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전반전 한국에 박한 평가를 했던 크리스 서튼은 “한국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에 골도 만들었다”며 “고개를 떨굴 필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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