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만에 명예 회복' 제주4·3 희생자 30명 전원... 법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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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74년 간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았던 제주4·3 희생자 전원의 명예가 회복됐다.
제주4·3 희생자로 인정받지 않은 수형인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제주지방법원 제4-1형사부(부장 장찬수)는 검찰의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19번 째로 청구한 직권재심 공판을 열고 박화춘(95)씨 등 희생자 30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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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매달고 집에 불 지른다' 협박에 허위 자백 등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74년 간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았던 제주4·3 희생자 전원의 명예가 회복됐다. 제주4·3 희생자로 인정받지 않은 수형인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제주지방법원 제4-1형사부(부장 장찬수)는 검찰의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19번 째로 청구한 직권재심 공판을 열고 박화춘(95)씨 등 희생자 30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 등 재심 대상 희생자들은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제주도 일원에서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불법 군사재판에 회부돼,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살이를 하다가, 총살 또는 행방불명됐다. 박씨도 1948년 12월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전주형무소 등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들은 아무런 죄가 없고 증거가 전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군법회의에 의해 처벌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에 무죄 판결을 요청했다. 또 '4·3 희생자'에 대해 우선 직권재심을 청구해왔으나 박씨가 고령이라 신속한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형사소송법에 의한 직권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유족들은 제주4·3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들 사연을 전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는 등 고문을 당하다가 마지못해 '남로당 무장대에 보리쌀을 줬다'고 허위 자백을 했다는 박씨는 연좌제 등으로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봐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 최근 이뤄진 4·3평화재단 추가 진상 조사 과정에서 생존 수형인으로 확인됐다.
허경옥 희생자 아들 허모씨는 "아버지는 살아생전 줄곧 가슴이 아프다며 술만 드셨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오늘 여기 계신 분들의 말을 들으니 알 것 같다"며 "자신 때문에 가족들의 희생된 것이라고 생각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오찬훈 희생자 조카 오기철씨는 "결혼 후 한라산 등에서 숨어 지내다가 집에 불을 질러버린다는 소리에 나왔다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끌려갔던 삼촌이 군사법정에 서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알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전했다. 박씨는 "그동안 창피해서 내가 겪은 일을 아이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면서 많은 분들이 고생해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재판장에 있던 희생자 가족들과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4·3단체 관계자 등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날까지 직권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한 제주 4·3수형인은 모두 521명이다.
제주=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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