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경기중 GK를 교체한다는 의미[월드컵 이슈]

이재호 기자 2022. 12.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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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축구 경기 중 골키퍼 교체는 딱 3경우를 제외하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1.골키퍼가 부상을 당했을 때 2.연장전 종료직전 승부차기용 골키퍼를 투입할 때 3.골키퍼가 심각하게 부진할 때.

1번의 경우는 설명이 필요없고 2번의 경우 골키퍼 중 유달리 페널티킥을 잘 막는 골키퍼가 있을 때 연장 종료 직전 승부차기를 대비해 투입한다. 그리고 3번의 경우 아주 드물지만 골키퍼가 지나치게 못하는 경우 문책성 혹은 남은 시간을 위해 교체한다. 3번의 경우는 사실 선수 멘탈 보호차원에서도 거의 없는 경우다.

즉 이 3가지 경우를 제외하곤 경기 중 골키퍼를 교체하는 일은 없다. 그만큼 골키퍼라는 자리는 한번 선발로 나서면 그 자리가 보장되고 더 많이 뛰는 필드 플레이어를 위해 교체카드를 쓰지 않는 곳이다.

ⓒAFPBBNews = News1

그런데 브라질이 한국과의 16강전에서 후반 35분 선발로 나온 알리송 골키퍼를 빼고 웨베르통 골키퍼를 투입했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전에서 전반에만 4실점하며 백승호의 만회골에도 1-4로 패했다.

전반 7분 브라질이 오른쪽에서 하피냐가 쉽게 드리블 돌파에 성공했고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중앙 혼전에서 공이 뒤로 흘렀고 마침 뒤에 혼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침착하게 노마크 기회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13분에는 정우영이 내준 페널티킥을 네이마르가 성공시켜 2골차로 벌어졌다.

한국은 전반 29분 또 실점했다. 히샬리송이 헤딩으로 공을 따낸 후 마르퀴뇨스-티아고 실바에 이어 히샬리송에게 스루패스가 연결됐고 히샬리송은 박스 안에서 가볍게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전반 36분에는 왼쪽에서 비니시우스가 찍어차준 크로스를 루카스 파케타가 오른발로 브라질에 4골째를 안겼다.

한국은 교체투입됐던 백승호가 후반 31분 왼발 중거리슈팅을 작렬시키며 한골은 만회했지만 더 이상 따라잡지 못하고 1-4로 패했다.

이날 후반 35분경 브라질의 교체가 이뤄졌다. 네이마르가 빠지고 호드리구가 들어갔다. 에이스가 빠지지만 많이 뛰었고 체력안배 차원에서도 좋고 호드리구라는 좋은 교체자원이기에 모두가 납득할 교체다.

그런데 함께 교체 투입된 웨베르통 골키퍼는 놀라웠다. 알리송 골키퍼가 빠지는 골키퍼간의 교체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축구에서는 3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골키퍼 교체는 거의 없다. 해당 교체는 이 3가지 상황과 전혀 맞지 않았다. 부상도 없었고 연장전도 아니었다. 그리고 알리송은 정말 신처럼 한국의 수많은 유효슈팅을 막아냈다. 알리송이 아니었다면 한두골 정도는 더 넣었을지도 모를 한국이다.

ⓒAFPBBNews = News1

이런데도 알리송을 넣은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스쿼드 26인 명단에게 모두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브라질은 조별리그 2차전까지 2승을 거두며 조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에 3차전 카메룬전에서 라인업을 몽땅 갈아치우고 나왔다. 교체까지 포함해 최종 26인 명단 중 25인까지 모두 나왔다.

문제는 팀의 3번째 골키퍼인 웨베르통이었다. 카메룬전에서 팀의 No.2 골키퍼인 에데르송이 나왔지만 웨베르통은 아직 경기를 뛰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웨베르통에게도 월드컵 출전의 기회를 주기 위해 이미 결과가 나온 한국전 종료 10분전에 배려 차원에서 교체투입한 것이다.

실제로 웨베르통의 투입 후 브라질은 월드컵 역사상 26인의 선수가 모두 경기에 나온 최초의 팀이 됐다.

문제는 한국이다. 일반적인 골키퍼 교체 3가지가 아닌 단지 자신들의 기록, 선수 배려차원에서 골키퍼를 교체하는 것을 지켜보는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경기를 라이브 입중계를 하던 이천수가 자신도 모르게 욕하고 김용대 역시 "골키퍼를 바꾸는거야"라고 황당해하는 이유다.

브라질은 자신들의 기록을 위해 한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잊었다. 물론 교체를 하는건 자유다. 그리고 그 상황까지 여유를 준 한국의 잘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골을 넣을 때마다 춤을 추고 심지어 감독까지 나서 함께 춤을 추며 최소한의 예의를 잊었다. 오죽하면 해외 레전드 축구스타들도 "무례하다"고 지적했을 정도. 

일반 축구경기에서 이런 교체가 이뤄진다면 상대팀은 분명 공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교체가 무려 월드컵 16강에서 이뤄졌다.

교체는 자유지만 브라질은 너무나도 자신감이 충만하고 경기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말았다. 브라질에게 냉정하게 후반전은 그냥 시간때우기였고 골키퍼 교체도 그 일환밖에 되지 않았다.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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