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사 2분 만에 현장 지휘”…대통령실에도 ‘허위 보고’
[앵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에 보낸 '상황 보고서'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모두 12차례 이뤄진 상황 보고에서 경찰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참사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지휘를 했다고 적시하는 등 수차례 허위 보고를 했습니다.
대통령실 등을 상대로 부실 대응을 은폐·축소하려 했는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사고 발생 약 50분이 지난 11시 5분쯤 현장 파출소에 도착했습니다.
[이임재/전 용산경찰서장/지난달 16일 : "단 한 건의 보고도 받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23시경입니다."]
하지만, 용산서 112상황실이 작성한 상황 보고서엔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직후인 밤 10시 20분, 현장에 도착했다고 돼 있어 '조작 논란'이 일었습니다.
KBS 취재 결과,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에도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이 허위로 보고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이 30일 0시 5분,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에 최초 발송한 '상황보고 1보'입니다.
밤 11시부터 11시 53분까지의 조치 사항이 적혀있는데, 이 전 서장 관련 언급은 없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 뒤 발송된 '2보'에는 밤 10시 17분,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도착해 안전 사고 예방 등 현장 지휘를 했다고 적시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30일 오후 12시 44분까지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대통령실 등에 보고됐습니다.
경찰은 이후 '상황보고 12보', 즉 마지막 보고에서야 이 전 서장이 현장 지휘가 아닌 무전으로 지시를 내렸다며 슬그머니 내용을 수정합니다.
미처 참사 현장이 수습되기도 전에 보고서부터 조작한 셈입니다.
[윤건영/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더불어민주당 : "희생자들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고 하는 가장 바쁜 시간에 경찰은 그 정보들을 조작하고 있었다는 점이 정말 어이가 없고…."]
현장 초동 대응에 대한 허위 보고가 대통령실 등에까지 올라간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경찰이 부실 대응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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