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노조 발빼고, 조합원 속속 복귀…명분없는 파업에 동력마저 상실
대우조선·현대제철·현대중공업그룹
파업 동참 안하고 사측과 교섭 나서
포스코 탈퇴후 민주노총 영향력 악화
업무개시명령에 화물연대도 '흔들'
항만 야간 물동량도 정상 수준 회복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핵심 세력인 대형 사업장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정유, 철강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추가 검토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고삐를 죄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국 15개 지역에서 동시다발 총파업에 돌입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총파업은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를 지원하기 위해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서울·경기 지역의 조합원 4000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2만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다고 전했다.
이번 총파업은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은 연대 파업의 형식으로, 쟁의권이 없는 사업장은 총회나 조퇴, 휴가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합원들의 참여를 조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파업에는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와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연맹이 동조 파업에 나섰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은 화물노동자의 안전을 넘어 도로의 안전,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고, 이 땅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지키는 투쟁”이라며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 일변도의 윤석열 정부에 맞서 더 단단한 연대로,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 강조했다.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도 “업무복귀 명령에 투쟁대오가 흔들리고 물량이 늘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파업에 참여한 비조합원의 복귀를 두고 전체인 것으로 호도하지 말라. 화물연대 조합원은 전국의 투쟁거점을 지키며 흔들림 없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주장과는 달리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동력이 상당히 상실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쟁의권을 가진 대형 사업장이 이번 총파업에서 대거 이탈한 데다, 지하철·철도 노조는 협상 조기 타결로 파업 대오에서 일찌감치 빠졌다.
지난달부터 부분 파업을 벌여 왔던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사측과 본교섭에 돌입하기로 했고, 현대제철 노조도 총파업에 참여하는 대신 사측과의 임단협 교섭을 지속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노조도 현재 진행 중인 교섭 결과에 따라 총파업과는 다른 일정으로 파업을 진행한다. 포스코 양대 노조 중 하나인 포항지부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금속노조를 탈퇴하면서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내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효과를 보는 것도 동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밤 시간대(전날 오후 5시∼이날 오전 10시)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4만 1982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시보다 14%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밤시간대 이뤄지는 물동량이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국토부는 또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한 화물차주 791명 중 43명(5%)이 운송을 재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집단운송거부 사태 이후 물류가 멈췄던 광양항에서도 화물연대 조합원 중 일부가 업무에 속속 복귀하며 파업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등 화물연대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효과를 보이자, 정부는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우선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공공기관들의 피해를 파악하고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주택 건설 공구 244개 중 174곳(71%)에서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며 “한 달간 공사가 중단되면 14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철강과 정유 등에 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까지 검토하고 있다. 파업 여파로 인한 산업계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석유화학 일부 기업은 공장 내 적재공간이 가득 차면서 당장 이번 주부터 감산을 검토하는 등 생산차질 피해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유 업계에서도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85개 주유소가 휘발유·경유 품절 사태로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13일째 이어지고, 민주노총의 총파업까지 가세하면서, 민생과 산업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불법행위를 멈추고 조속히 현업으로 복귀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는 추가 업무개시명령 여부에 대해 “계속 준비를 하고 있고 검토를 하고 있으니 상황이 심각해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성은 우리 국민의 불편, 국민의 편익, 국민 경제에 대한 영향 등이다”고 전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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