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알록달록한 안부…이예림 '모두들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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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한옥마을.
등 뒤 겹겹이 병풍처럼 세운 산세에까지 천연색을 입힌 이 전경은 거주자가 아닌 여행자 시점이다.
미대를 졸업하고 디자인회사를 다니다 뒤늦게 '작가'를 결심하고서 말이다.
장황하지만 정리된 색, 뻗쳐냈지만 유려한 선은 결국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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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자 아닌 여행자 시점서 바라본 '도시'
사람 빠져 나간 도시 지키는 건물에 주목
"복잡한 속 숨기고 매일 사는 도시인처럼"
주사기로 물감 짜내며 입체적 운동감 주입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알록달록한 한옥마을. 등 뒤 겹겹이 병풍처럼 세운 산세에까지 천연색을 입힌 이 전경은 거주자가 아닌 여행자 시점이다. 살고 있는 동네라도 여행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다른 장면이 보이지 않는가.
작가 이예림(42)의 그림도 그랬단다. 미대를 졸업하고 디자인회사를 다니다 뒤늦게 ‘작가’를 결심하고서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상하이·방콕 등으로 여행 일정부터 잡았던 건데. 절절하면 보이는 건가. 그렇게 이후 작업의 모티프가 된 ‘도시’를 찾아낸 거다. 펜화로 운을 뗀 작가의 도시는 이후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했는데. 주사기에 넣은 아크릴물감을 조금씩 짜내고 흘려가는 식으로 입체적인 운동감을 줬다. 두 가지로 단순했던 선·색도 아크릴주사를 맞으며 화사한 면·색을 입게 됐고.
그런데 흔히들 보는 그 장면이 아니었나 보다. “사람이 만든 도시인데, 정작 사람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만 하고.” 결국 그 도시를 지키는 건 들고나는 사람들을 묵묵히 내려다보는 건물뿐이더라고 했다. 작가의 화면에 ‘사람 빠진 건물’이 남은 건 그때부터란다.
하지만 완전히 놓지도 못한 게 또 사람이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건물들이 마치 “복잡한 내면을 숨긴 채 매일 살아내는 도시인처럼 보였다”고 하니. ‘모두들 안녕하신가요’(2022)라며 늘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한옥 연작은 그 일부다. 장황하지만 정리된 색, 뻗쳐냈지만 유려한 선은 결국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5나길 이음더플레이스서 여는 8인 기획전 ‘일인칭 단수: 8개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97×97㎝. 이음더플레이스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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