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보고 싶다”...국민 14%가 석달 이상 장애 앓는다는데

이병문 선임기자(leemoon@mk.co.kr) 2022. 12.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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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깨지거나 건강 나빠지면
만성변비 증상 나타날 가능성
美 연구결과 만성변비 있을 경우
10년후 살아있을 확률 10% 하락
[사진 = 연합뉴스]
바쁜 일상과 함께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은 변비를 달고 산다. 변비약이 매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의약품에 올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비는 배변을 순조롭게 하지 못해 대장 내에 대변이 비정상적으로 오래 머물러 있는 상태로, 배변 횟수가 일주일에 3회 미만일때 변비라고 본다. 또한 매일 변이 나와도 강하게 힘을 줘야하고 대변이 딱딱해 토끼똥처럼 나온다면 변비증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유아때 모유보다 분유를 더 많이 먹고, 학교에 들어가면 뛰어놀기보다 피자, 치킨,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고,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스트레스가 쌓여 변비가 생기기 쉽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대입을 위해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해야 하고 친구들과 경쟁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로 변비가 잘 생긴다. 대학졸업 후 취직을 해도 아침에 용변볼 시간이 부족하고 각종 스트레스와 함께 일이 끝난 후에도 술과 안주를 겯들인 잦은 모임으로 비만과 변비에 쉽게 노출된다.

영국인 의사 버커트 박사가 1969년 란셋(Lance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육식을 많이 먹는 영국인은 음식물이 입에서 항문까지 나오는 통과시간이 78.8시간으로 변비가 많았고, 채소를 많이 먹는 아프리카 우간다 사람은 34시간으로 짧았고 변비가 없었다. 영국인에게 채소와 곡물을 많이 먹였더니 41.9시간으로 변비가 많이 개선됐다.

양형규 양병원 의료원장은 최근 발간한 ‘오늘부터 변비탈출(양병원 출판)’에서 “한국도 요즘 영국인과 식생활습관이 비슷해 변비 환자가 많다. 변비는 생활방식에서 식습관까지 모두 재점검하라는 몸의 신호”라면서 “전체 인구의 약 14%가 3개월이상 만성 변비로 고생하고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많고, 고령일수록 점점 더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변비가 많은 이유는 장의 운동을 저하시켜 변비를 유발하는 황체호르몬이라는 여성호르몬 때문이다. 황체호르몬은 배란일부터 월경직전까지 수치가 높고, 특히 임신 중에도 높게 유지되어 변비가 생기기 쉽다. 또한 여성은 남성보다 복근이 덜 발달되어 배변때 대변을 밀어내는 힘이 약하고, 아침 배변 골든타임때 남편 출근과 자녀 등교를 봐주다가 변의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법은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물, 차, 디카페인 커피를 3컵 이상 마셔 위대장 반사운동을 유발한 후 배변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다.

양형규 원장은 “건강 유지의 기본은 쾌식, 쾌면, 쾌변이다. 즉, 잘 먹기, 잘 자기, 잘 배설하기와 같은 기본적인 생리현상이 심신 건강에 필수적”이라며 “변비는 오래 두면 잘 낫지 않아 몸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비는 고령층에서 발생하면 기대수명을 단축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20세 이상 3973명(만성변비증 없는 3311명·평균 53세±18세, 만성변비증 있는 662명·평균 59세±20세)을 대상으로 소화기 증상평가 설문지를 이용한 생존상황 15년을 추적 조사한 결과, 만성변비가 있는 사람은 10년 후 살아있을 확률이 약 10% 떨어졌다. 실제로 사망하는 노인들의 1/3은 변비가 심각했다고 한다.

변비가 있으면 변이 대장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각종 증상이 발생한다. 첫째, 변은 대장 내 가스를 발생시켜 복부팽만감과 소화불량을 유발한다. 둘째, 대장암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변에 있는 담즙산이 장 위의 점액코트를 손상시키고 결국 장에 상처를 내는 것으로 추정되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용종이 생기고, 용종은 바로 암으로 진행된다. 세째, 과민성 대장염을 비롯해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네째, 변에 포함된 찌꺼기 독소가 혈액을 오염시켜 신장병, 간질환, 두통, 만성피로, 피부병, 관절염을 유발한다. 다섯째, 딱딱한 대변 덩어리가 복강내 장기를 압박할 수 있다. 변비는 무엇보다 치질과 이종사촌이라고 할만큼 치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변이 딱딱해지면 배변때 강하게 힘을 주면 항문이 항문 밖으로 쉽게 빠지고 울혈이 되거나(치핵) 항문 점막이 찢어져(치열) 출혈이 되기도 한다.

변비는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변비’와 오랫동안 걸쳐 지속되는 ‘만성변비’로 나뉜다. 급성변비에는 다이어트, 스트레스, 임신 등으로 인해 일과성으로 생기는 ‘단순변비’와 질병에 의해 장이 막히는 ‘질병성 변비’가 있다. 일과성 단순변비는 식사량이 충분치 않거나 수분을 적게 섭취하는 경우, 여행을 하거나 생활환경이 변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운동 부족일 때, 아편제제 같은 약을 복용했을 때 생긴다. 질병성 변비는 대장암이나 장유착 등으로 장이 막혔을 때 변비가 생기며 심한 복통과 구토가 나타난다.

만성변비에는 장 기능이 떨어져 생긴 ‘만성 기능성 변비’와 질병으로 생긴 ‘질병성 변비’가 있다. 만성변비는 고령자, 대장이 길고 늘어진 사람, 반복된 출산으로 복근이 이완된 여성들에서 잘 생긴다. 당뇨병, 갑상선기능장애, 저칼륨증, 고칼슘증, 갈색종 등도 장운동 장애를 초래해 변비 원인이 된다. 정신병 약, 항우울제, 파킨슨병 치료약은 장관벽의 평활근 세포에 항콜린 작용을 하기 때문에 변비를 유발한다. 양형규 원장은 “페노다이아진계 항정신병 약은 만성변비에 의한 뭉친 변이 장폐색 증상을 유발하고 대장 염증, 출혈, 궤양, 심지어 천공까지 생길수 있다. 항우울제인 염산이미프라민, 염산클로미프라민 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치료약인 레보도파 역시 변비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약 복용 후 변비가 생겼다면 식이요법, 변비약을 같이 복용하거나 필요없는 약을 습관적으로 먹지 말고 약제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변비는 내 몸의 이상 신호로 받아들이고 한번쯤 전문 의사(대장항문외과나 소화기내과)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변비 치료의 기본은 △식이요법(식이섬유를 충분히, 규칙적으로 먹음) △생활습관 개선(배변습관 규칙적으로 만듦) △약물요법(변비유형이나 증상에 따라 변비약 처방) △적당한 운동(체조나 마사지 등 좋음) △정신적 케어(불안과 스트레스 해소) 등이다. 이와 함께 변비가 있으면 비데 사용을 권한다. 배변하기 전 비데를 하면 항문이 자극되어 직장항문 반사운동이 유발돼 변의가 생기기 때문이다. 관장대신 비데 버튼 중 쾌변기능을 2~3분 이용하면 물이 약간 세게 나와 항문 안으로 물이 들어가 관장하는 효과가 있다.

시판되는 관장액을 사용하는 것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변비 해소법이다. 항문에 주입한 관장액이 장의 점막을 자극하고 윤활제 역할을 하며 수분을 흡수해 대변이 부드러워져 배변을 하게 된다. 그러나 변비가 단숨에 해소된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사용하은 것은 삼가야 한다. 관장의 주 성분은 온수와 글리세린이다. 가정에서 하는 관장방법은 ① 관장약을 용기째 체온보다 약간 따뜻한 물(38~40℃)에 담가서 데운다. ②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윤활유를 바른다. ③ 윤활유를 바른 손으로 항문주위를 1분 정도 마사지하여 항문을 이완시킨 후 관장용기를 항문에 넣고 액체를 주입한다. ④ 용기를 빼고 휴지로 항문을 누른 뒤, 5분정도 기다렸다가 배변을 본다. 또 다른 방법으론 ① 옆으로 눕는다. ② 용기 뚜껑을 열고 관장약을 소량 밀어 용기 끝부분과 항문을 적신 후 천천히 삽입해 액을 주입한다. 관장약은 약효가 약한 글리세린관장과 강한 렉크린이 있으며 가급적 글리세린관장을 사용하는 게 권장된다.

변비가 있다고 약국에서 변비약을 사서 자주 복용하는데, 오히려 변비가 심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변비약은 자극성 변비약이 대부분이다. 양형규 원장은 “자극성 변비약을 복용하면 처음에는 배변을 할 수있지만 계속 사용하면 수축상태가 되어 오히려 변이 나오기 어려워져 복용량을 늘려야 한다”며 “현재 변비약을 장기 복용하고 있다면 그 복용량을 줄이고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변비를 예방 및 해결하려면 야채 중심의 식단이 중요하다. 변은 수분의 함량에 따라 묽거나 되게 된다. 변의 80%가 수분이면 설사상태이고, 85%이상이면 물같은 설사가 된다. 반대로 수분량이 60%이하로 줄면 대변이 단단해지면서 변비가 되는데, 수분량이 40%로 떨어지면 돌덩이 같은 딱딱한 대변이 된다. 양형규 원장은 “변비가 있는 사람은 물을 많이 먹는 게 좋고, 이 물이 몸에 흡수되지 않고 장내에 유지시켜 주는 게 식물성 섬유소이므로 채소를 같이 먹으면 변비가 확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하루 섬유소 섭취 권장량은 30g이지만 한국인은 평균 17g을 먹기 때문에 섬유소를 더 많이 먹어야 한다. 채소위주의 식단과 콩, 현미를 넣은 잡곡밥을 꾸준히 먹으면 변비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노인 변비는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60%는 예방된다고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는 크게 불용성과 수용성으로 나뉜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현미, 통곡물, 견과류, 고구마, 감자, 시금치, 옥수수, 양상추 등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섬유질’식품이다.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사과, 키위, 딸기, 바나나 등 과일과 다시마, 김, 해조류, 버섯, 토란, 우엉, 양파, 당근 등이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위장과 소장을 지나면서 수분을 흡수해 대변의 부피를 크게 해주고 변비를 에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특히 대장암을 유발하는 담즙산과 유해균을 흡착한 후 배설시켜 대장암 예방 효과도 탁월하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을 흡수하면 젤리처럼 변해 변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장내 유익균의 좋은 먹이가 되어 면역력을 높여주고 체중조절과 함께 비만도 예방해준다.

요구르트나 유산균 제제도 변비에 효과가 있다. 이보다 매실장아찌 같은 자연식, 청국장, 낫토, 김치 등의 발효식품으로 장내 유익균을 높이는 게 훨씬 좋다. ※참고= ‘오늘부터 변비탈출’(양병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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