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거취 놓고 여야 대치…윤 대통령은 '유임 시그널'
이상민 장관의 거취 문제를 놓고 여야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탄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죠. 여당은 예산안 등 주요 현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쟁을 일삼는다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도 이 장관을 계속 감싸는 분위기입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도 한 달이 넘게 지났죠. 재난안전 주무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예산 시즌이 한창이건만 정작 이 장관의 거취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모양새입니다. 이 장관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건데요. 먼저 민주당이 공격을 맡았습니다. 무기는 2가지입니다.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인데요. 두 가지 무기를 어떤 방식으로 쓸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달 8일 본회의에 앞서 7일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볼 예정인데요.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어제) : 민주당은 8일 본회의 이전에 의원총회를 열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문책 방식을 정할 예정입니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함께 결정한 대로, 당의 단결된 힘으로 이상민 장관의 책임을 반드시 엄중히 묻겠습니다.]
민주당은 2개의 공격 시나리오를 세워놨는데요. 이른바 '2단계 접근법'과 '원샷원킬'입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어제) : 당초 계획대로 해임건의안을 먼저 처리하고 거부 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단계적 방안과,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의해 지난주 본회의가 무산된 만큼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고 바로 탄핵안을 발의하는 방안 등을 놓고 당내 총의를 모을 것입니다.]
해임건의안을 거쳐서 탄핵소추안으로 가느냐, 아니면 곧바로 탄핵소추안으로 직행하느냐의 문제인데요. 당내에선 온건파와 강경파가 맞서고 있습니다. 온건파는 '2단계 접근법'을 선호하는 반면 강경파는 '원샷원킬'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원샷원킬을 택한다면 여야가 논의 중인 나머지 사안의 처리도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예산안 처리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파행이 불가피할 텐데요. 이럴 경우 민주당도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겠죠. 이 때문인지 현재로선 온건파의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진성준/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어제) : 그런데 여전히 저희 당내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하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도록 하는 것이 국민 보기에 {모양새가.} 좋은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명분 측면에서도?} 네, 그렇지요.]
해임건의안을 거쳐 탄핵소추안으로 가려면 이를 위한 별도의 의사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이달 9일 이후 임시회를 다시 열어 추진해야 하는 건데요. 여러 난관이 있지만 일단 당 지도부의 태도는 강경 일변도입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탄핵 추진은 이미 '디폴트'인데요.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저희는 이미 해임안을 내놨고 그리고 해임안 처리가 여부와 관계없이 이제 탄핵까지 가겠다, 이런 거고요. 예를 들면 삼풍백화점이라든가, 서해 훼리호라든가, 주무장관 책임지고 다 대부분 사퇴하고 사과하고 다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상민 장관을 파면하지 않고 계속 안고 간다? 그럼 폭탄 안고 가는 거하고 비슷하지 않을까요?]
반면 여당은 '이상민 지키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 장관 문책을 위해 다른 중요 사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나라의 한 해 살림살이가 중요합니까, 국정조사 시작도 하기 전에 행안부 장관을 해임하는 게 중요합니까. 민주당은 12월 9일 정기국회 시한이 끝나면 12월 임시국회를 다시 열고 연말까지 이상민 장관 탄핵으로 정쟁을 이어갈 심산입니다. 민주당은 선을 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야의 공방에 속이 타들어 가는 건 참사 유가족입니다. 유가족은 처음부터 이 장관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구해왔죠.
[고 이지한 씨 아버지/이태원 참사 유가족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특수본에서 수사를 받고 국정조사를 받으려면 일반 보통 사람으로서 받아야지, 행안부 장관으로서 받게 되면 국회에서 국정조사 위원들이 자료를 요청했을 때 자료 요청이나 이런 영역이 똑바로 되지 않을 거라고 저는 보고 있거든요. 특수본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수사도.]
야당의 전방위 압박과 유가족의 절절한 요청에도 이 장관의 유임 가능성은 오히려 짙어지는 기류인데요. 특별수사본부가 출범 한 달을 맞았죠. 그럼에도 이 장관을 포함한 윗선은 여전히 무풍지대에 있습니다. 그간 특수본은 경찰·소방 관계자 등 총 21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는데요. 피의자 상당수가 실무진이나 중간 관리자에 해당하다 보니 '꼬리 자르기'식 수사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직접 이 장관을 위한 보호막을 설치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지난 도어스테핑 중단 때 등장한 가벽에 이어 또 다른 가벽일까요?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난달 22일) : 그리고 가벽을 설치하겠다. '명박산성'에 이어서 '석열가벽' 이건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겠다, 이런 거거든요.]
윤 대통령과 이 장관, 대통령과 국무위원 이전에 고등학교·대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죠. 야권은 윤 대통령이 국민 못지않게 이 장관과의 의리를 소중히 여긴다고 공격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윤 대통령은 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강력한 유임 시그널을 보내고 있습니다.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지난달 7일) :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거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윤 대통령은 최근 이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내각 주요인사 일부를 관저로 초청해 저녁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독대까지는 아니고 여러 명이 모였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 이 장관이 포함된 건 여권을 향해 윤 대통령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는데요. 야당은 이 장관의 탄핵까지 벼르고 있는 상황이죠. 이 와중에 이 장관을 관저로 초청한 데는 이 장관을 끝까지 지키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겁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한동훈 장관, 이상민 장관, 이 내각 멤버들 중에서 대통령과 제일 가까운 두 사람인데 그 두 사람과의 만찬이 알려진 건 어떻게 알려지게 된 걸까요?} 장관들이 그걸 얘기를 했다면 그건 정말 그건 말도 안 되는 것 같고, 그건 대통령실 쪽에서 나왔다고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요? {그럼 대통령실에서는 어떤 의도로 뭐를 노리려고,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아무리 흔들어봐라, 끝까지 간다. {이상민 장관에 대해서?} 네, 뭐 그거 아닐까요?]
파업을 둘러싼 민주노총 화물연대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 국면 역시 이 장관의 해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장기화하고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이 장관의 활동 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달 28일) : 재난안전기본법상 물류체계 마비는 사회재난에 해당이 됩니다. 국가핵심기반이 마비됐을 경우에는 지금 코로나19, 중대본 가동되고 있는 코로나19, 그다음에 이태원 참사하고 똑같이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를 해서 단계별로 조치 부서가 다릅니다.]
육상화물운송분야의 위기경보단계가 사상 처음 '심각' 단계로 격상됐습니다. 이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총괄하고 있는데요.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에 빗대며 정부의 강경 대응을 이끌고 있죠. 이런 대치 상황이 역설적으로 이 장관의 유임 명분을 키워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자, 오늘(6일)은 이상민 장관을 두고 벌어진 여야의 대립을 살펴봤는데요.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여전한 신임을 보내고 있죠. 야당의 파상 공세에도 여당 역시 물러나기 어려운 이유로 보이는데요. 이럴 땐 여여나 윤 대통령이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민심에 좀 더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우리는 요구하고 유가족들도 원하고 국민들도 원하는데 파면하지 않고 사퇴시키지 않고 간다면 과녁이, 커다란 과녁이 있는 거죠. 국민의 원성의 대상. 원성의 화살을 쏘는 과녁이 되는 거잖아요. {근데 굳이 이렇게 안고 가는 이유는, 지지율 하락에도 분명히 영향을 줄 텐데.} 저는 정치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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