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벤투… 4년4개월 만에 대표팀 지휘봉 내려놔 [2022 카타르 월드컵]

4년4개월 만에 대표팀 지휘봉 내려놔
축구협서 재계약 제의… 지난 9월 고사
단일 임기 기준 韓 대표팀 최장수 감독
선수들도 믿고 따라… ‘벤버지’ 별명도
벤투 “재충전 거친 후 거취 선택할 것”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16강으로 이끈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4년4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벤투 감독은 6일 브라질과 16강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직 재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며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내 결정을 말했다. 결정은 이미 지난 9월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파울루 벤투(왼쪽)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열린 브라질과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마친 뒤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도하=뉴시스

벤투 감독에 따르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끝난 뒤 벤투 감독에게 재계약 제의를 했지만,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벤투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직후인 2018년 8월28일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4년 넘게 동행했다. 벤투 감독의 한국 대표팀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데 이어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강호 포르투갈을 꺾으며 1승1무1패를 거둬 사상 세 번째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벤투 감독은 단일 임기 기준 한국 대표팀 최장수 감독이다. 감독 부임 초반에는 ‘황소고집’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는 ‘벤버지’(벤투+아버지)라는 별명으로 한국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벤투 감독은 “이제 미래를 생각할 때”라면서 “일단 포르투갈로 돌아가 쉬면서 재충전하고 그 뒤에 향후 거취를 선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선수들이 이뤄낸 것에 대해 고맙다. 그동안 한국을 이끌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다”며 “선수들은 나와 4년4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정말 훌륭한 실력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같이 일했던 선수 가운데 최고였다”고 강조했다.

선수들 역시 벤투 감독을 믿고 따랐다. ‘중원의 황태자’로 불린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이날 “황인범이라는 선수를 왜 쓰냐, 저 선수를 뭘 보고 쓰냐, 무슨 인맥이 있고 무슨 관계라서 저 선수를 쓰냐고 외부에서 말이 많았다”며 “내가 감독이라면 흔들렸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감독님은 나를 믿어주셨다. 그 덕에 제가 앞으로 더 큰 꿈을 가지고…”라며 말을 끝맺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