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독려에도…열기 저조·물류 수송 재개(종합)
광양항만 수송 재개·시멘트 출하량 회복세…철강 출하·주유소는 차질
(전국종합=연합뉴스) 민주노총이 산하 화물연대 파업(집단운송거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대규모 집회를 6일 오후 전국에서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전국 15곳에서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었지만, 일부 대형 사업장 노조들은 파업보다 사측과의 교섭에 주력하거나 간부 중심으로 참여해 파업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초강경 대응에 일부 지역에서는 참가자가 예상보다 줄고 광양항만은 입구를 막던 화물연대 소속 차량이 빠지면서 물류 수송이 재개되고 시멘트 출하량은 회복세를 보인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13일째로 접어들면서 철강 제품 출하 등은 여전히 차질이 빚어지는 등 피해도 늘고 있다.
전국 15개 거점에서 화물연대 파업 지지 집회
민주노총 서울·경기 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의왕ICD 제2터미널 앞 도로에서 화물연대, 건설노조, 서비스연맹 등 소속 조합원 3천500여명(경찰 추산)이 결집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집회를 시작하면서 왕복 8차로 중 편도 4개 차로를 점거하고, '윤석열 정부 노동 탄압 분쇄', '화물안전 운임제 확대 시행'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적용 품목 확대하라", "노동 탄압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우리는 지금 자본과 정권의 총공세에 직면해 있다"며 "화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정당한 요구에 대해 정부는 왜곡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파업은 화물노동자의 안전을 넘어 도로의 안전,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지키는 투쟁"이라며 "화물연대에 대한 탄압 일변도의 정부에 맞서 더 단단한 연대로,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의왕ICD에 20개 중대 1천500명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도 인천시청 신관 앞에서 산하 서비스연맹과 보건의료노조 등 산별노조 조합원 등 2천6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진행했다.
이인화 인천본부장은 "모든 노동자 투쟁을 불법으로 매도하는 노동 탄압으로 싸움판을 키운 것은 윤석열 정부"라며 "13일째 도로 안전과 전체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화물연대 동지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에 공장을 둔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 노조원 1천200여명은 이날 집회에 나오지 않았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관계자는 "현대제철 노조원들은 아직 사측과 임금협상이 끝나지 않아 오늘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남 허치슨 포트 광양 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는 현대제철 소속 노조원 250명과 순천만국가정원지회·잡월드지회 소속 50여 명 등 노조 추산 2천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가 열렸다.
광주에서도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 도로에서 기아자동차 광주지회·금호타이어 광주지회 등 조합원 등 1천여 명이 모여 화물연대의 파업을 지지했다.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는 조합원 1천여명이 '화물 총파업 투쟁 승리 총력투쟁대회'를 열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규탄한다", "화물 안전 운임제 즉각 확대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전국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상임집행부와 대의원 일부 등 간부급 150여 명이 참여했고, 현대중공업 노조도 간부 중심으로 함께 했다.
애초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이날 오후 1시부터 파업할 예정이었으나 밤사이 노사 간 잠정합의안이 도출되면서 파업을 유보했다.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가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현대글로비스사거리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 조합원과 경북 민주노총 각 지회나 지부 간부를 중심으로 약 1천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도 이날 부산 북항 신선대 부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화물연대 파업에 힘을 보탰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충남 당진시 송산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앞에서 화물연대 관계자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군산시 수송동 롯데마트 앞에서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파업 중인 화물연대 전북본부 외에도 민주노총과 전국건설노조·보건의료노조·서비스연맹 전북본부 등 노조 추산 800여명이 함께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이날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노조 간부 60여명이 동참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사측과 임금 등 단체교섭이 진행 중이어서 화물연대 파업에 연대하고자 확대 간부 중심으로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충북, 강원에서도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철회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촉구했다.
광양항만 물류 수송 재개…시멘트 출하량도 빠른 회복세
전남 광양항 입구를 막고 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소속 차량들이 6일 오전 빠지면서 항만 화물 반·출입이 이뤄지고 있다.
항만 당국은 물류 수송을 재개하고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화물연대 측은 업무 복귀는 아니란 입장이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광양항 3개 출입구를 막고 있던 파업 화물 차량과 인근 천막, 집회 인원 등이 철수해 물류 차량이 정상적으로 통행하고 있다.
광양항 화물연대파업 비상대책본부도 "컨테이너가 게이트를 통해 오가고 있다"고 확인했다.
실제로 파업 시작부터 항만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화물 차량과 천막이 이날 오전부터 보이지 않고, 출입구에는 컨테이너 화물 차량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를 가로막는 차량이나 방해 행위 등도 없었다.
전날 광양항에 관용 및 군 위탁 컨테이너 화물차 8대를 추가 투입한 정부도 이날도 12대를 추가해 컨테이너 반·출입을 돕고 있다.
하지만 공식 업무 복귀는 아닌 만큼 운반 차량이 부족해 물동량 자체는 전날과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항만 당국 관계자들은 "화물 기사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물류 운송이 재개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광양항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운송거부를 이끄는 민주노총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민주노총 전남지부 관계자는 "특정 지부에서 잘못 내린 지침에 노조원들이 업무를 보러 가는 등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지침이 잘못됐으니 파업 대열로 복귀하라'는 문자를 다시 발송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도 "필수 품목을 긴급 물류로 뺀 거지 천막을 걷은 적도 없고 파업 철회도 전혀 아니다"고 부인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으로 시멘트 출하량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충북지역 시멘트 출하량은 5만9천162t으로 평소의 95% 수준으로 올라섰다.
업체별 출하량은 한일시멘트가 2만2천461t으로, 평소의 112%에 이르렀다.
성신양회는 2만4천875t, 아세아시멘트는 1만1천826t으로 각각 평소의 85% 이상을 출하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이후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출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평소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말했다.
전남은 시멘트 출하량이 74%까지 회복되고 전남 광양항도 일부 물류가 운송되고 있다.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의 시멘트 출하량도 늘고 있다.
인천사업소는 6일 오전에만 4천t의 시멘트를 출하했고 오후에는 2천t을 추가로 출하할 예정이다. 이는 파업 전 하루 평균 출하량인 1만t의 60% 수준이다.
업무개시명령으로 육로 수송량이 증가함에 따라 한때 전면 중단 위기를 맞았던 강원 레미콘 공장 132곳도 가동률이 94.7%까지 회복됐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철강 제품 출하 현장에서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비롯한 현대제철 전국 5개 공장에서 하루 5만t가량의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북에서는 현대제철을 비롯해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이 제품을 제대로 출하하지 못해 공장 안에 쌓아두고 있다.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현대오일뱅크에서도 제품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기름이 동난 주유소는 서울 35곳, 경기 20곳, 강원 12곳, 충남 11곳, 충북 8곳, 대전 7곳, 인천 1곳, 전북 1곳, 전남 1곳 등 전국적으로 96곳에 이른다.
국토부 "화물차주 43명 복귀"…미복귀자 행정처분 위한 현장조사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여해 운송을 거부하다가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시멘트 화물차주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한 화물차주 791명 중 43명(5%)이 운송을 재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국토부는 전날부터 운송사와 화물차주가 실제 업무에 복귀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2차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운송사 33곳과 화물차주 791명이다.
조사 첫날 운송사 7곳과 화물차주 45명의 운송 재개 여부 확인을 마쳤는데, 운송사는 전부 복귀했고 화물차주는 43명이 업무를 재개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날 민주노총 집회에서는 화물차주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저들이(정부가) 말하는 업무 복귀 명령에 투쟁 대오가 흔들리고, 물량(화물 운송량)이 늘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일부 비조합원의 복귀를 두고 전체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화물연대는 전국 투쟁 거점을 지키며 흔들림이 없다"고 반박했다.
(권정상 나보배 강태현 김재홍 손현규 김솔 김근주 이정훈 손대성 전지혜 김소연 장덕종 차지욱 박초롱 이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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