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한 의사의 헌신이 수백만명 살렸다

입력 2022. 12. 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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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북병원장

1929년 5월 당시 25살에 불과한 독일의 외과 레지던트인 포르스만은 요도를 통해 방광에 넣는 고무관(카데타) 중에서 가장 가는 제품을 준비했다. 그리고 자기 팔을 2.5센티미터 정도 절개해서 정맥을 찾은 다음 준비한 카테타를 삽입하고 X-ray 촬영을 했다. 그 결과 카테타가 정맥을 지나 심장(우심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는 역사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무려 100년 가까이 전인 당시의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무모한 실험이었다. 양쪽 팔과 다리에 성한 정맥이 없을 정도로 반복 실험하면서 결과를 계속 보고했지만 의료계는 그를 황당한 괴짜로만 취급했다. 크게 좌절한 그는 결국 전공을 비뇨기과로 바꿔 조그만 소도시에 개업을 하게 된다.

1933년대 후반 포르스만의 논문을 우연히 읽게 된 미국 의사 앙드레 쿠르낭과 디킨슨 리처드는 10여년에 걸쳐 카테타를 개량해 가면서 각종 심장 질환의 진단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포르스만과 함께 1956년 노벨상을 탄다.

그들은 수상자 강연에서 공동 수상자인 포르스만에게 영광을 돌렸다. 반면 나치 정권 밑에서 비밀리에 유대인을 치료하기도 했던 포르스만은 "시골 마을의 사제가 갑자기 추기경이 된 기분"이라고 하면서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동안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카테타의 재질은 물론 이를 모니터 하는 방사선 기계도 크게 발전하면서 지금은 주로 손목에 있는 동맥을 통해 삽입한다. 대동맥 판막을 통과하기 직전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관상 동맥으로 삽입하게 된다. 그리고 방사선 동위원소를 주입하면 혈관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혈관이 좁아진 정도가 심각할 때는 카데타에 금속으로 된 그물망인 스텐트를 얹어서 좁아진 부위에 삽입한 다음 풍선으로 부풀리는 방법으로 혈관내에 고정시키는 치료를 하게 된다. 다만 최근에는 조영술을 통해 혈관 상태를 확인한 다음 혈류가 80% 이상 유지되면 굳이 스텐트를 삽입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유럽심장학회와 미국 심장학회에서 권고하는 표준 치료법이다. 이 경우에도 혈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카테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렇게 카데터를 이용하는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작은 초음파 기구를 혈관내에 넣어서 혈관 상태를 초음파로 보는 방법도 개발됐다. 가는 혈관 속으로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초음파 기구가 작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카데타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관상동맥 뿐만 아니라 뇌동맥 및 다리로 가는 혈관과 같은 다양한 부위의 혈관을 진단하고 치료할 때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특히 최근에는 대동맥 판막이 심하게 손상되었을 때 허벅지의 동맥혈관을 따라 카테타의 풍선 부위에 그물망 형태의 인공판막을 얹은 후에 심장판막이 있는 부위에 도달한 다음에 풍선을 부풀려서 인공판막을 고정시키는 방법(TAVI:타비)도 사용된다. 이 방법은 난이도가 높아 처음에는 수술을 받기 곤란한 고령의 환자에게만 시술하였지만 성적이 좋아지면서 연령대도 넓어지면서 다양한 환자에게 시술이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 한군데의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10년 동안 평균 연령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1000명에게 시술해 성공률이 96%였다. 후반부 5년 동안은 99%를 넘는 성공률을 보여줬다. 이들이 고령일 뿐 아니라 32.8%가 당뇨, 79.5%는 고혈압, 12.2%는 뇌졸중 그리고 21.6%는 중증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었던 심한 고위험군 환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매우 안전한 시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대동맥 판막보다 난이도가 높은 승모판막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무모하고 황당해 보였던 20대 의사의 열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의 아이디어를 안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수많은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치하에서 목숨을 걸고 유대인을 치료한 점 역시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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