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안전운임제·업무개시명령·ILO 핵심 협약…어떤 의미?
[앵커]
화물연대 파업이 오늘로 13일 째입니다.
파업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것들을 보면 어려운 단어 많이 나옵니다.
안전운임제, 안전운임제의 품목 확대, 업무개시명령, ILO의 핵심협약.
이런 좀 생소한 용어들 많이 나오죠.
어떤 의미인지 오늘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노동문제 취재하는 산업과학부 신현욱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신기자,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게 안전운임제 때문이었잖아요?
안전운임제가 정확히 뭔가요?
[기자]
화물차주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서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안전운임을 쉽게 말하자면 화물차 기사의 최저임금 격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안전운임제는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에만 적용돼 있습니다.
더구나 이 안전운임제는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래서 올해 말이면 그 시한이 끝납니다.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이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시멘트, 컨테이너 두개 품목에만 적용되는 것도 곡물과 철강 등 다섯개 분야로 확대하자는 겁니다.
[앵커]
그럼 여기에 대한 정부 입장은 뭔가요?
[기자]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을 확대하는 건 곤란하단 겁니다.
그 이유는 크게 보면 두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는데요.
먼저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불명확하단 이유에섭니다.
안전운임제 도입 후 견인형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가 오히려 느는 등 안전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단 겁니다.
품목을 확대하는 부분 역시 해당 차주들의 수입이 낮지 않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고용노동부의 소득 실태조사 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곡물운송 노동자의 순수입을 쳥균 월 525만 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달 수입에서 기름값, 유지비, 통행료 등의 고정지출을 뺀 액수입니다.
반면 화물연대의 계산은 좀 다릅니다.
화물연대가 조합원 실태조사를 토대로 계산한 곡물 운송 노동자의 순수입은 평균 월 409만 원입니다.
일 평균 14시간의 노동시간을 고려하면 시급은 만 천원 정도로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화물연대는 고용부의 용역 보고서에는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할부금이 빠졌고 타이어와 오일 등 각종 소모품비와 수리비가 낮게 책정됐다고 화물연대는 주장합니다.
양측이 추산한 순수입에 차이가 크다보니 품목 확대와 관련한 합의점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앵커]
정부가 1주일 전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잖아요?
업무개시명령의 개념도 좀 설명해주세요.
[기자]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 운송 거부로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발령할 수 있습니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는 명령서가 발부된 다음날 밤 자정까지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운행정지나 자격 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고 고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제도가 만들어진 뒤 처음으로 발동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국제노동기구 ILO가 이 업무개시 명령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견을 요청했어요.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국제노동기구 ILO의 핵심 협약 3개는 국회 비준에 따라 지난 2월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이번 파업과 관련한 쟁점은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인 29호입니다.
29호 전문을 보면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금지한다", "여기엔 처벌 위협 하에 강요받은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가 포함된다"고 돼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통해 처벌을 위협하며 노동을 강요한 만큼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협약엔 "전쟁, 화재, 전염병 같은 재해나 주민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에서 강제되는 노동"은 예외라고 돼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 예외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결국 예외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ILO의 이행감독기구인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운송회사의 서비스 중단은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ILO가 핵심 산업에서 장기간 파업 시 업무복귀명령이 합법이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이른 시간에 결론이 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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