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통신망 훈련 ‘응답률 0%’ 수두룩…행안부・서울시는 수수방관

뉴스타파 펠로우 2022. 12. 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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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재난은 수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낳습니다. 집단 트라우마는 물론, 인재의 경우 국격 추락 등 상상하기 힘든 사회적 비용도 뒤따릅니다. 반면 재난은 누군가에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재난 이후 정부 대책은 겉만 번지르르한 홍보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1조 5천억 원을 들여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은 이태원 참사 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범정부 차원에서 8년에 걸쳐 추진한 ‘통신망’이 이태원 참사 때 왜 제 역할을 못했는지, 천문학적인 예산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연속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이태원 참사 발생 7개월 전인 지난 4월 5일 서울 용산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방・경찰 등 재난대응기관이 일원화된 지휘명령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를 확보하고, 1일 1회 교신 훈련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용산 이태원에서 초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1조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된 재난안전통신망은 무용지물이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하루 한 차례 한다던 교신 훈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참여 기관 가운데 용산구청의 교신 응답률은 39%, 서울 지역 전체 참여 기관의 평균 응답률은 50%대에 그쳤다. 응답률이 0%인 기관도 수두룩했다.

뉴스타파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 지역재난안전상황실 재난안전통신망 점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서울시의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점검 훈련은 18일만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41개 참여 기관의 평균 응답률은 58%에 불과했다.

재난안전통신망 점검 훈련 ‘응답률 0%’ 기관 8곳

참사 발생 하루 전인 10월 28일 금요일 점검 훈련 때는 응답한 기관이 41곳 가운데 17곳 뿐이었다. 서울시 지역재난안전상황실이 담당하는 이 재난안전통신망 통화그룹의 이름은 '서울재난상황실01'이다. 서울시청·서울경찰청·서울소방청, 용산구청 등 서울 지역 자치구, 그리고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시메트로9호선 등 모두 41개 기관이 들어가 있다.

재난안전통신망 점검 훈련은 통화그룹을 주관하는 기관(‘서울재난상황실01’ 그룹은 서울지역재난안전상황실이 주관)이 특정 시각에 재난안전통신망 전용 단말기로 통화그룹 참여 기관을 호출해서 제대로 응답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10월 한 달간 총 18번 실시한 점검 훈련 때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를 통해 단 한차례도 응답을 하지 않은 기관은 서울종합방재센터, 금천구청, 관악구청, 수도방위사령부, 해경 재경근무지원대대, 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 서울시메트로 9호선 등 모두 8곳이다. 20%대 이하는 서울특별시경찰청, 성동구청, 영등포구청,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4곳이다.

뉴스타파는 응답률이 저조한 기관에 연락해 그 이유를 물었다.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단말기가 꺼져있어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관악구), “서울시 지역재난안전상황실에서 요청이 없었다”(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 등이다. 다른 기관은 아예 명확한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응답률 0%인 서울 금천구청 관계자는 응답을 잘하고 있다는 거짓 답변을 했다. 응답률 17%인 영등포구는 "대답해드릴 의무가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 "이게(단말기가) 충전이 제 때 돼야지 통신망 점검이 잘 되는 건데 계속 꺼져 있었더라고요"
● (단말기가 그럼 계속 꺼져 있어서, 그걸 확인을 못하고 계셔서 여기에 응답을 하지 못하였던 거라는 말씀이시죠?)
○ "네네"
- 관악구청
○"매일 아침에 교신에 응답하고 있어요."
●(10월달 점검결과표를 받아보니 응답률이 0%이던데?)
○"못했어요. 못했던 게 사실이 맞아요."
● (못하신 사유가 뭔가요?)
○"지금 전화상으로 그 부분에 대한 사유를 말씀을 드려야 되는 건지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아요."
- 금천구청
○"대답해드릴 의무가 없어요."
●(영등포구 구민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사항 아닌가요?)
○"생각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영등포구청

다만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응답률이 '0%'인 이유를 묻자, "(점검 주관 부서인) 서울재난상황실에서 서울종합방재센터를 호출해야 하는데 서울(소방)재난본부를 잘못 불렀기 때문”에 자신들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행안부가 만든 표준운영절차(SOP)에도 ‘서울재난상황실01’ 그룹의 응답 대상 기관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장으로 표기돼 있다.

용산구청 응답률 39%... “훈련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주장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청도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훈련 응답률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용산구청은 지난 4월5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방・경찰 등 재난대응기관과 현장에서 일원화된 지휘명령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피에스-엘티이(PS-LTE) 방식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도 11대 확보했다. 1일 1회 교신 훈련도 진행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한 달간 진행한 훈련에서 용산구청의 응답률은 39%로, 전체 평균 58%에 밑돌았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응답을 할 수가 없었다”라며 훈련이 “의무 사항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재난안전통신망은 재난 대응 유관 기관이 하나의 통신망에서 동시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유관 기관이 서로 상황을 공유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총 예산 1조 5천 억원 규모에 지금까지 1조 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으나 경찰과 소방 등 핵심 기관의 단말기 배포와 예산 배정 일정이 엇갈리면서 사업 시작 8년이 되도록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태원 참사 때도 재난 대응 기관이 이 통신망을 통한 교신은 거의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행정안전부, 지자체에 교육훈련 떠넘겨

재난 상황 발생시 관련 기관들이 재난안전통신망을 '자동반사적'으로 활용해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반복 훈련이 필수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통신망 전용 단말기 사용 훈련을 지자체 자율에 맡겨버렸고, 서울시는 재난안전통신망의 정기 점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정기 교신이라는 게 필수적인 건 아니고, 저희가 (정기 교신을 하라는) 권고를 지자체에 한 것”
- 행정안전부 관계자
○ (관악구청은 10월 응답률이 0%인데, 서울시에서는 점검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오나요?)
● "그런 건 따로 없었어요"
- 관악구청 관계자

행정안전부는 표준운영절차(SOP)에 따라 사전에 지역별, 기관별, 위기 수준별로 공통통화그룹(이하 '통화그룹') 3,820개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 ‘서울시재난상황실01’ 그룹도 그 중 하나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각 그룹의 주관 기관이 해당 그룹 참여자에게 상황을 전파하고, 지휘나 업무 요청을 맡는다. 참여 기관 담당자는 즉각 호출 내용을 수신해서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과정을 지체없이 진행하려면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 활용을 완전히 익혀야 한다. 반복 훈련이 필수적인 이유다.

관련 내용은 ‘제1차 재난안전통신망 기본계획’에도 명시되어 있다. 기본계획은 더 나아가 ‘재난안전상황실을 중심으로 소방, 해경, 경찰 등 재난안전관련기관 간 정기교신을 매일 1회 이상 진행하고 관련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 및 평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단말기 숙달 훈련을 진행하도록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정기 교신 형태로 숙달 훈련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저희가 딱 필수라고 할 수가 없는 게 아직 법적으로 필수다 이런 게 아니지 않냐. 그래서 저희가 최대한 장려를 하고 권고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연간 180일 이상 정기 교신을 한 지자체 같은 경우, 재난관리 평가에서 가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난 것처럼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훈련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이는 이태원 참사 때 재난안전통신망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서울시, 응답률 0%에도 수수방관

재난안전통신망 통화그룹 '서울재난상황실01'의 주관기관인 서울시는 응답률이 저조한 기관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표준운영절차에 따라 정기 교신 훈련을 하고, 이를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표준운영절차를 지속적으로 현행화, 고도화”해 나가야할 의무가 있다.

응답률 0%인 관악구청은 서울시에서 개선 요청 등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금천구청 관계자 역시 "서울시가 (응답률) 실적을 언급한 적은 있다"면서도 서울시가 어떤 사후 조치를 했는지는 답변을 하지 않았고 “저희가 열심히 하는 게 사후조치”라고만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10월에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점검 훈련 시각은 오전 11시로, 총 18차례 실시 때마다 똑같았다. 휴일이나 야간 등 재난 취약 시간 대에는 한 차례도 훈련이 없었다. 교신 훈련 시간을 정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재난안전통신망 점검을 총괄하는 서울시재난안전상황실 정현준 주무관은 “지금은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용혜인 의원은 "서울시는 소방·경찰·구청 등이 방재 핵심 기관이 점검에 응하지 않아도 방치하는 등 재난통신망 관리를 사실상 소홀히 해왔다"며 "재난안전통신망은 재난 시 컨트롤타워가 전체 유관기관과 신속하게 소통하기 위해 준비된 시스템이지만 정작 컨트롤타워인 서울시는 재난통신 체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용혜인 의원은 또 "서울시는 재산안전통신망을 참사 1시간 뒤인 23시 41분에 3분 가량만 운용했고, 그 외 이렇다 할 대응 내용도 밝히지 못하고 있어 국정조사에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재난안전통신망 부실 문제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집중 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스타파 뉴스타파 펠로우 fellow@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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